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한 ‘여자’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입니다.
아기의 심장박동도 듣고, 몸의 변화도 계속 느껴지시겠죠? 임신의 소식을 주변분들께 알리고, 정보 얻으랴, 준비물 얻으랴 정신이 없으실 것 같습니다. 임신 10주가 넘어가면 목덜미 투명대, 흔히 NT라고 말하는 것을 측정하겠다고 말을 들으시게 될 것입니다. 목덜미 투명대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본문의 대화는 아이 출산 경험에 의거한 'Fact'에 'Fiction'을 가미한 Faction입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산부인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였지만, 의학적 내용은 계속 수정&발전되니 참고 바랍니다.
모든 산모는 개개인에 맞춘 진료가 필요하니, 최종 결정은 지정의와 상의 후 신중히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어있으니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이프: 여보~ 오늘 나 병원 갔더니 아기 목둘레 재고 왔어. 정상이래~ 아싸~
나: 목둘레? 에에?? 목둘레?
와이프: 목둘레 있잖아. 기형아 검사하면서 초음파로 보는 거!!! 산부인과 의사가 그것도 몰라??
나: 이런 거 말하는 건가?
와이프:….
나:…. 정상이래? ㅎㅎ 맛난 거 먹자~♥
임신 중인 산모나, 임신을 준비하는 산모들의 근심거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기가 건강한지'인 것 같습니다. 출산 후에는 아기의 건강을 여러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태어나기 전에 건강함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보통 아이들과 생김새에서 다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혹시나 아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가락이 한 개가 더 붙어 있지 않을까?
산부인과에 종사하고 있는 저 또한 검사하는 날과 정밀초음파 보는 날은 아내에게 내색도 못하고 짧음에도 매우 길게 느껴지는 긴장의 시간을 보내곤 했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 확률과 우리 집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속으로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아기에게 문제가 있으면 필요하면 수술받으면 되고, 우리가 도와주면 된다!’라고 안심시키고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지만,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미처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태어난 아기를 살펴볼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https://brunch.co.kr/@forhappywomen/39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도 건강상의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른 아기와 구조적으로 다름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들에는 초음파, 기형아 검사, 염색체 검사 등이 있습니다. 초음파를 통해서 아기의 몸의 구조를 평가하며, 기형아 검사를 통해서 아기에게 염색체 질환 등의 가능성이 없는지를 확인하여 염색체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아기들을 대상으로 염색체 검사를 진행합니다.
개인적으로 ‘기형아’라는 단어 사용을 좋아하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함을 양해부탁드립니다.
초음파를 통해서는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아기의 구조적 다름을 평가할 수 있지만, 11-13주 목덜미 투명대 두께 측정, 20-22주 정밀초음파를 통해 평가를 하게 됩니다. 목덜미 투명대 두께 측정과 혈액검사를 통해서 염색체 질환의 고위험군인지 확인하고, 정밀 초음파를 통해서 아기의 ‘있어야 할 것이 있는지 그리고 없어야 할 것이 없는지’ 크기는 적절한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검사방법들 중에서 이번에 살펴볼 내용은 임신 초기에 확인하는 목덜미 투명대 두께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목둘레 검사’라고 알고 있는 엄마들도 있는데, 초음파로 길이를 측정하기 때문에 목둘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기의 목둘레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목덜미에 있는 투명한 공간의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목덜미 투명대는, 목덜미 부근의 피부와 경추를 덮고 있는 연부조직 사이의 투명한 피부조직을 말하는 부위이며 산모님들 사이에서 어렵고 낯선 단어인 목덜미 투명대 대신 쉬운 NT(Nuchal Translucenc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빨간색 글자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까만색(매우 진한 회색)의 부분이 목덜미 투명대이며, 보통 11주+0일부터 13주+6일 사이, 아기의 크기가 38~45mm – 84mm사이 일 때 측정을 합니다1. 목덜미 투명대 두께는 검사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임신 중기 기형아 검사 수치를 계산하여 최종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중기 기형아 검사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쌍둥이와 삼둥이에서는 목덜미 투명대 두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정확하게 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하게 측정을 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그림처럼 아기의 정중단면 (mid-sagittal section)으로 측정을 해야 되며, 아기의 자세와 위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운 좋게 한 번에 측정될 때도 있지만, 더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 엄마들이 검사를 받다 말고 일어나서 걷는다든지, 음료수를 마신다든지, 시간이 경과한 후에 초음파를 다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정중단면 : 몸의 정중면(median plane), 즉 몸을 세로 앞뒤 방향으로 나란히 지나면서 몸을 좌우로 나누는 단면
보통은 11주 무렵에는 아기가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게 되지만, 아기의 위치나 자세에 따라서 질 초음파로 볼 때도 있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태어나기 전에 아기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다운 증후군을 발견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었고, 그 결과 산모가 나이가 증가할수록 아기의 다운증후군의 위험이 올라가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35세 이후에는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나이를 기준으로 양수검사와 같은 확진검사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
21번 염색체가 정상보다 많이 발현될 경우에 나타나는 질병으로 신체적 발달 지연과 안면 기형과 지적 장애를 동반하는 가장 흔한 삼염색체성이다. 1000명의 아기당 1명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며, 부모의 염색체는 대부분 정상이다. 다운 증후군의 치료는 명확치 않으나 교육과 유복한 환경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화된 국가에서 의학 기술로 기대 수명을 50 ~ 60세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2
만삭 때 35세인 경우 나이만 고려하였을 때 1/385 정도의 빈도로 다운증후군이 발생합니다. 그 외 다른 염색체 질환까지 포함하면 204명 중에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0.25~0.5%의 빈도입니다.
45세 산모의 경우 1: 19~30 정도의 빈도인데 대략 3~5%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략 70%의 다운증후군 환아들이 35세보다 젊은 여성에서 출생함을 알게 되었고, 산모의 혈액에서 예측할 수 있는 인자들도 발견되어서 이제는 나이만으로 양수검사 시행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인자들에는 초음파 검사 결과와 추후에 설명드릴 혈액검사( MSAFP, hCG , uE3, inhibin, PAPPA) 등이 있습니다.
수많은 인자들이 알려졌지만, 목덜미 투명대 두께 측정은 단일 검사 하나만으로 다운 증후군 아기 3명 중 2명을 찾아낼 정도(위양성 5%)로 매우 훌륭한 검사입니다. 목덜미 투명대가 늘어난 경우 다운증후군뿐만 아니라, 다른 염색체 이상, 유전 질환, 심기형과 같은 출생 기형 등의 위험도 증가하게 되며, 특히 3mm 이상인 경우에는 혈액검사 수치에 상관없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1
특히 쌍둥이, 삼둥이에서는 단태아의 엄마들보다 혈액검사의 정확도가 낮아서 목덜미 투명대 두께 측정에 조금 더 중점을 두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임신 1분기에는 코뼈와 혈관의 혈류 등 추가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도 하나 목덜미 투명대만큼 많이 활용하지는 않습니다. 임신 2분기에도 아기의 염색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초음파 소견들이 있습니다. (뼈가 짧다든지, 장이 하얗게 보인다든지, 심장 안에 밝은 부위가 보인다든지, 콩팥의 내부 공간이 늘어나 있는 소견 등)
‘목덜미 투명대의 늘어남 = 아기 다운증후군’은 아니지만, 이러한 소견은 다운증후군과 다른 질환 등의 존재를 의심하고 예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표지자(mark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인 검사 혹은 진단을 위해 목덜미 투명대의 정상범위를 정해두었습니다. 이 기준은 아기의 크기, 연구의 결과 및 지역에 따라 목덜미 투명대의 기준값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95-99 백분위수 이상, 3mm 기준(혹은 3.5mm)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즉, 목덜미 투명대의 두께가 45mm 크기 아기에서 2.1mm 이상, 84mm 크기 아기에서 2.7mm 이상, 혹은 크기에 상관없이 3.0mm 이상일 때 다른 아기들에 비해 두껍다고 보는 것입니다. 특히 3mm 이상인 경우에는 fetal malformations, deformations, dysgeneses, and genetic syndromes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서 추후 지속적인 검사들이 진행되게 됩니다.
◾ 95 백분위수보다 작은 경우는 97%의 확률로 주요 기형(major abnormalities) 없이 분만.
◾ 95-99 백분위수인 경우에는 93%의 확률로 기형 없이 분만.
◾ 목덜미 투명대가 늘어나게 되면 (3mm이상) 추가적인 검사 및 염색체 검사를 권유.
◾ 염색체 검사에서도 정상이라 하여도, 여러 선천성 기형 및 좋지 않은 결과를 보임.
이 기준은 논문이나 연구마다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목덜미 투명대(NT)가 두꺼워지는 이유
-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이유로 목의 피부 아래에 수분이 저류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 태아의 심장기능 이상
- 머리와 목의 정맥 울혈(congestion)
- 세포외기질의 구성의 변화
- 림프액 배출의 실패
- 태아 빈혈
- 태아의 선천성 감염
- 저단백증 등
목덜미 투명대가 두꺼워진 것이 확인되었다고 질병이 꼭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꺼운 경우, 추가적인 기형아 검사방법의 선택, 염색체 검사 방법, 침습성(어느 정도 아기에게 위해가 되는지)과 비용, 검사 시점에 대해서 지정의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목덜미 투명대가 정상범위라고 할지언정, 모든 질환에 대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목덜미 투명대 두께 측정 등의 기형아 검사들은 다운증후군의 발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모든 염색체 질환을 발견하지는 못합니다. 이 후 시행하게 되는 혈액 검사와 정밀 초음파에서 이상소견이 관찰될 수도 있으며, 드물지만 다운 증후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상이 나와도 정상이 아닐 확률이 있고, 정상범위를 벗어나도 정상일 확률이 있는 것입니다.
요약해보면, 목덜미투명대 검사는 임신 초기에 하는 다운증후군 등의 질환의 고위험군 산모를 찾기 위해 하는 초음파 검사법이며, 목덜미투명대두께가 3mm 혹은 95~99 백분위 보다 증가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검사를 권유받기도 합니다. 검사결과가 아기의 상태를 완벽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므로 담당 선생님과 추가적인 검사 및 상의가 필요합니다.
목덜미투명대 (Nuchal Translucency)
✔ 11주0일 ~ 13주 6일 사이에 측정 (보통 11주)
✔ 아기 크기(CRL)가 45 - 84mm 일때
✔ 정중단면(Mid -sagittal plane)에서 측정
✔ 3mm 혹은 95 ~ 99 백분위수(percentil) 미만이 정상범위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 임신 1분기에 측정하는 목덜미 투명대 두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검사를 기다리시는 분들은 모두 정상 범위에 들기를 그리고 두껍게 측정된 산모님들은 다음에 시행하는 기형아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없길 기원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모든 여성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forhappywomen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Williams obstetrics 25th. ed. CHAPTER 14: Prenatal Diagnosis
2. from https://ko.wikipedia.org/wiki/%EB%8B%A4%EC%9A%B4_%EC%A6%9D%ED%9B%84%EA%B5%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