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인연이란 아이를 매개로 완전히 달라진다. 며칠 전 아이 콧물을 빼주고 그게 너무 귀여워서 함께 웃었다. 우리 아이는 참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삼촌에게, 이모와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
하지만 아이의 오물을 보며 이것까지 사랑하고 귀여워하는 마음은 오로지 아이의 엄마 아빠인 나와 그에게만 가능한 거라서 이리 새로이 형성된 우리의 관계가 끈끈하다 못해 우리 두 사람이 끈적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았다. 부부 사이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사이라 무촌이라 한다지. 그러나 이 아이를 이 세상에서 나만큼 사랑하고 아낄 사람은 오직 그 하나일 뿐이고 이 작은 존재의 오물마저 귀여워하고 애틋해하는 과정을 함께 겪어나갈 사람도 오직 그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