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새벽부터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로 가득했다. 지난 토요일, 기다리던 독서모임 날. '이 비를 뚫고 몇 분이나 오실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모임 장소(대동대학교 평생교육원)로 향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우셨고, 빗소리마저 잊게 만드는 새벽 아침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의 생각과 감상을 나누는 회원님들의 모습에서 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을 마치고, 커피숍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회원님들의 따뜻한 모습을 뒤로하고 서둘러 충청도 서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둘째 손녀의 돌잔치에도 가보지 못한 미안함이 가슴 한구석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서산에 가까워질 무렵, 문득 며느리 얼굴이 떠올랐다. 아이 키우느라 고생했을 며느리, 그리고 예쁜 손녀를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반짝이는 팔찌 두 개를 고르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새겼다.
짧았던 2박 3일의 시간, 손자녀들과 함께하며 행복한 추억을 쌓았지만 이별의 시간은 언제나 아쉽기만 하다. 헤어지기 싫어하는 손자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뒤로하고, 월요일 새벽 5시 30분, 다시 부산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몰랐다. 경북 청도까지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세게 쏟아졌고, 빗길 운전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청도를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비가 개고, 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라 있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우리의 인생도 예측 불가능하지만,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맑은 하늘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강의 시작 10분 전, 무사히 강의실에 도착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손녀의 첫 돌을 축하하고, 독서모임과 강의까지 소화해 낸 남편과 나. 작은 격려를 해본다.
빗소리와 함께 시작된 일주일,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바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깨달음이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