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우화로 보는 자기 책임의 지혜
참나무들이 제우스에게 불평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다 쓸데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 도끼의 가격(加擊에 더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우스가 말했다. "너희 불행은 너희 자신의 책임이다. 너희가 도끼자루를 대주지 않고 목공과 농사에 쓸모가 없다면 도끼가 너희를 베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이솝 우화> 중에서
도끼의 손잡이가 자신들의 목재로 만들어져 자신이 자초한 불행임에도 참나무들은 불행에 대해 다른 이를 탓한다.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처럼,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곤 한다.
서구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 의뢰받은 강의 견적서를 남편이 작성할 때마다 오타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센터에서 여러 번 전화가 왔다. 나는 남편의 실수만 탓했다. "한 번만 더 확인해 보고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처음에는 부드럽게 말하지만 두세 번 오게 되면 좋지 않은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남편이 보냈다고 했을 때 바로 확인했더라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참나무가 자신의 목재를 도끼 손잡이로 제공하듯, 나 역시 문제 해결에 방관자로 있었기에 문제 상황에 기여한 셈이다.
'정리 수납'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지속될 수 없다. 가족 모두가 쉽게 따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키는 현관문 주위에 수납할 수 있도록 하면, 들어오고 나갈 때 자연스럽게 제자리에 둘 수 있다. 그러나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수납은 결국 물건이 아무 데나 방치되는 결과를 낳는다.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그들이 쉽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이 요트에서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을 빠뜨렸을 때 남편은 "그 사람이 뒤로 돌아서 봐라만 안 했더라면"이라며 다른 사람을 탓했다. 문제의 핵심은 그가 아니라 남편이 핸드폰을 잘 잡지 못한 실수에 있었다. 참나무가 자신의 몸을 도끼로 제공한 것처럼, 우리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것을 탓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외부의 세력 탓으로 돌리지만 결국 그 어둠이 바로 자신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기 내면에 있는 선과 악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성장하게 된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사람들을 멀리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만든 벽이 행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용기 내 마음을 열었을 때 변화가 찾아왔다.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에서 말했다. 우리의 불행이 타인이나 환경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다고. 우리는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 자기 행복을 희생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삶에 책임질 때 찾아온다. 남편의 견적서를 탓하는 대신 함께 해결책을 찾고, 정리되지 않은 집을 가족 탓으로 돌리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핸드폰 유실을 타인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부주의를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황을 원망하기보다 내 안에서 원인을 찾고 개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이다. 문제의 원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있다면 그 해결책도 빠르고 쉽다. 나 자신의 '도끼 손잡이'를 현명하게 다루는 지혜가 부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