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이유

by 유영희

걱정 마세요


그녀는 오늘 동네 의원에 간다. 한 달에 한번 고혈압 약을 받으러 가는 날이다. 이번 주는 원장님이 부재중이라며 대진 의사가 진료한다고 한다. 어쩌나 잠시 망설이는데 방금 진료를 마치고 나온 아주머니가 엄청 좋아요. 저는 어제도 오고 오늘도 왔어요. 원장님보다 좋아요. 아이고 참,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 하며 입을 가린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웃으며, 딸 같으신가 봐요 둘러대 준다.


진료실에 들어선다. 혈압을 잰다. 120/75 괜찮다. 망설이다 말을 꺼낸다. 2주 전에 지어간 다른 약이, 다른 사람들은 졸리다는데, 저는 졸리지는 않고 첫날부터 몸이 조금 따갑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4일 만에 끊었어요. 작년에 처방받은 다른 약도 몸에 무리가 가서 끊었고요. 그러자 의사가 말한다.


어떤 증상이라도 약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이 약이 안 맞으면 다른 약으로 바꿔볼 수 있어요. 저도 예전에 문제가 있어서 같은 약을 처방받았는데 다른 약은 다 안 들었는데 처방받으신 그 약은 제게 잘 들었어요. 먼저 분량을 한 알에서 반 알 이런 식으로 줄여볼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내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가슴에서 물컹 솟아오는 깨달음을 얻는다. 약을 불신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꼭 약이 필요할 때를 걱정하고 있었구나, 생각과 감정은 다르구나 하는 깨달음에 흠칫 놀라고, 내게는 충분히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발견에 번개를 맞은 듯했다.


그렇구나.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생각이 감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구나, 선택지가 하나라는 터널 비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구나.


어떤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의 밑바닥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아챌 수 있다면 많은 걱정이 줄어들 수 있다. 문제를 찾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상황에 선택지가 많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불안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워진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과거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미련이 남아서일 수도 있고, 과거의 틀이 나를 지배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칼럼을 정기적으로 쓰게 되면서 생긴 부담 역시 ‘칼럼은 이렇게 써야 해.’라는 과거의 경험과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것을 함께 깨닫는다. 칼럼을 쓰는 방법과 내용은 수백수천 가지가 있고 나아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쑤욱 배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후일담, 대진 의사 에피소드를 아는 한의사에게 말했다. 남자 의사들 어떡해요? 이제는 여의사가 더 능력 있나 봐요. 아니에요. 남자 의사들의 무뚝뚝함과 지시적 표현을 카리스마 있다고 안심하며 더 좋아하는 분들도 있어요. 아이코, 또 걸렸구나, 내 경험을 전부로 생각하다니, 발견과 성장에는 끝이 없다.


#걱정 #부담 #선택 #터널_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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