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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장장 Nov 25. 2019

#003 인간의 문제해결과 AI의 네트워크

디지털 시대의 생각법, 디크리에이션

“AI는 인간에게 인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 경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내 대답은 무엇인가?”


인간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인간과 대결을 예고했다. 왜 스타크래프트 게임이었을까? 이때도 사람들은 AI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바둑과 스타크래프트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바둑은 바둑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상대의 모든 정보를 보면서 대결하는 방식인데 반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자신의 정보 외에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필요한 모든 정보는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 얻고 판단하고 실행해야 한다. 게임에서 상대는 위치, 전술 등을 계속 바꾸기 때문에 수집된 정보는 대부분 불완전한 정보에 가깝다.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판단을 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인간이 우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스타크래프트2 게임을 하는 AI인 알파스타가 탄생했고 프로게이머 상위 0.2% 수준의 승률을 달성했다.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하나의 AI가 학습하고 성장하는 구조인데 반해, 스타크래프트2 게임을 하는 알파스타는 간단한 목적을 부여받은 AI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협업과 경쟁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하는 구조다. 즉, 알파스타는 AI끼리 구성한 팀이다. 그래서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전투가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 팀은 정보수집, 분석, 판단, 실행을 실시간으로 수행하고 승리한 것이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AI가 협력까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파스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은 새 과제를 수행할 때 다양한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각자 정보를 수집하고 모여서 회의를 하고 전략을 짠 후에 행동에 옮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AI 팀은 이 복잡한 과정을 거의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우월하다고 여겼던 협업과 경쟁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AI가 구현한 것이다. 오히려 더 강력해졌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이 AI로 대체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알파스타 연구를 주도한 구글의 수석과학자 오리올 빈얄스는 불완전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최적의 답을 찾고 실행해야 하는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알파스타를 단순히 계산을 빠르게 하는 컴퓨터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자가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


급진적인 변화를 혁명이라 부른다. 혁명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 중인 개념의 경계가 한계에 이를 때 이를 허물고 새 경계를 세우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의 영역 안에 들어와 새 경계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AI는 인간에게 인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경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 이 질문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듯하다. 대체로 인간은 변화를 머리로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데에 더디다. 기득권을 놓치기 싫기 때문이다.


20세기가 혁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혁명의 시대다. 혁명의 시대와 혁신의 시대는 사는 방식이 다르다. 혁신을 한자로 革(가죽 혁) 新(새로울 신)이라 한다. 짐승의 피부에서 털이 빠지는 고통을 감내하면 새 가죽으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혁신은 고통을 참는 과도기가 존재한다. 이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러나 혁명은 다르다. 혁명은 한자로 革(가죽 혁) 命(목숨 명)이라 쓴다. 새 것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목숨을 거는 삶과 죽음의 경계는 한순간이다. 그래서 과도기는 없다. 지금 나의 새 역할과 새 경계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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