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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Oct 12. 2020

나 홀로 자전거 여행의 시작


인간은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로 구분된다고 한다. 경험자아는 현재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자아이고 기억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는 자아라고 한다.


그래 맞는 것 같다.


무수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내리며 '도대체 이게 무슨 뻘짓이지?' 라는 말을 되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투박하게 펼친 텐트에 누울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전거 여행을 떠났고 지금 하나 둘 기억의 서랍장에서 꺼내본다.



내 첫 자전거 여행은 대학교 2학년이 되던 여름 방학 때다. 종강하기 전에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가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그때 당시엔 '좋지 뭐.'라는 시큰둥한 답변들을 받았다. 별로 반응은 없었지만 간다는 친구들도 있고 한번 쯤 자전거 여행이라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아르바이트를 짧게 마치고 모아둔 돈으로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마련했다. 그때 당시에는 어떤 자전거가 여행하기 좋으며 무슨 장비들이 좋은지는 생각 없이 오로지 예산 내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사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준비를 하니 자전거 무게만 당시 15kg은 월등히 넘었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철TB를 샀었고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간단히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확인차 친구들에게 혹시 같이 갈 사람 있냐고 물었다. 딱히 고생스러운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혼자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출발한 자전거 여행.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그전에는 별로 무서워 보이지 않았는데 자전거 여행을 하는 신세가 되니 갓길로 달리는데도 자동차가 무서웠다. 되도록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커브 길인 경우 자전거에서 내려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형태로 여행을 했는데도 차는 무서운 존재였다.


나는 겁도 많다. 어렸을 적부터 귀신을 무서워했다. 화장실에 갈 때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도록 동생에게 화장실 앞에서 지켜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런 내가 어느덧 여행을 떠나 폐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꽤나 큰 결심을 하고 떠난 여행 이건만 사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텐트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텐트 안에서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누구냐!?"라고 혼자 떠들다가 잠에 들었다.



이 여행은 경기도 여주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경포대에 이르는 짧은 코스의 자전거 여행이었다. 왜 이런 루트를 생각했나 묻는다면 그냥 바다를 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부터였다. 하지만, 이 생각을 할 때까지만 해도 강원도에 그렇게 많은 오르막. 심지어 대관령이라는 어마 무시한 존재가 있는지도 몰랐다니 이렇게 무지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걸 체득한 때다.



무수한 고개를 넘고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잠을 청하고 때론 누군지도 모를 노인분께 하루 머물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공사장에 위험이라는 표지판을 무시하고 달리다가 차를 절벽에 꼴아 박는 희한한 아저씨를 보는 등, 괴상한 경험을 한 짧디 짧은 자전거 여행이 끝났다.


막상 목표한 곳에 도착하니 대단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진 않았다. 머릿 속에 그렸던 바다에 도착했는데 같이 놀 친구가 없었다. 하하호호 친구들과 연인들, 가족들과 노니는 사람들을 보고 저 앞에 아름답게 파도치는 풍경을 보는 것으로 여행을 마쳤다. 여행 후에 느낀건 그저 사람이 물을 종일 먹어도 그걸 땀으로 다 토해내면 소변이 안 마렵기도 하구나 라는 인체신비?



하지만, 그렇게 또 여행이 여행을 불러오는 게 아닐까.



그렇게 떠난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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