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머리 이발

by 우승리

날이 꽤나 더워졌다. 우리 딸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서 다행인데 피부 트러블이 종종 생겨 걱정이다. 볼에 동전 습진이 생겨서 한동안 신경이 쓰였다. 아들 녀석이면 그나마 덜 신경 쓰일 텐데 딸 얼굴에 떡하니 습진이 생기니 혹시나 착색되진 않을까 걱정했다.


소아과에서 이런 증상을 물어보니 아기들에게 발라주는 연고를 처방해주셨다. 다행히 이 연고와 국민템으로 쓰이는 비판텐을 적절히 돌려 써 주어 조금씩 나아졌다.


볼에 있던 습진이 사라져서 안심하려던 찰나 이번엔 몸에 땀띠들이 나기 시작했다. 날이 꽤나 더워진 탓인지 목 주변, 몸통, 엉덩이 쪽에 여기저기 땀띠들이 보인다. 게다가 살이 접히는 부분도 빨갛게 올라온 걸 보니 얼마나 쓰릴까 맘이 쓰인다.


애가 많이 더운가 고민할 즈음 장모님께서 '머리 한 번 이발을 해야 하는 거 아니니?'라고 물어보셨다. 어차피 여자아이라 머리가 길어질 동안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엄마도 잘라주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잘라야 되나?


자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애가 더워하는 것도 같고 뒤통수를 슬슬 긁적이길래 뒷머리와 옆머리만이라도 조금 잘라주기로 했다.


마침 부모님 댁에 놀러 갔을 때다. 왕년에 엄마가 나와 내 동생의 머리를 이발해주시던 솜씨를 믿고 손녀딸의 배냇머리를 맡겼다.




오랜만에 다시 가족 모두 그녀 옆에 둘러앉았다. 부쩍 움직임이 많아진 그녀에게 가위는 꽤나 위험해서 모두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쓰러지지 않게 몸통을 잡고 갑자기 고개를 돌릴까 봐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보자기를 두르고 가위로 슥슥 뒷 머리를 자른다.


그녀의 내면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뭐하는 것이여? 시방?


그녀의 끊임없는 저항에 맞서 사투를 끝냈다. 꼼짝없이 가만히 있기엔 너무도 어리기에 짧은 시간 안에 미션을 끝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것은 변명일까.













결과가 썩 좋지 않은 것은 그녀에겐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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