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아주 늦게 한 건 아니지만 주변 친구들보다는 조금 늦게 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결혼하기 전에 이미 주변에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친구나 지인이 더러 있었다.
아내가 출산하기 전까지는 이런 지인들의 아기를 보는 게 어색했다.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모르겠달까? 그냥 바라보면 작고 귀엽긴 한데 그렇다고 아이를 막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때때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거나 떼를 쓴다거나 여기저기 방방 뛰어다니다 보니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놀라 아이들을 본다는 게 마냥 좋진 않았다.
어쩌다 한 번 지인들의 아기를 만나 친해지기 위해 장난을 친다고 '까꿍' 소리를 내어보기도 하고 어색하게 활짝 웃어 보이며 박수도 쳐보았는데 뭔지 모를 어색함은 사라지질 않았다.
더 어색했던 순간은 태어난 지 몇 개월 된 아이를 바라보거나 안게 됐을 때다. 그맘때 아기들이 그렇듯 낯을 가려 안으면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가 기가 막히게 울음을 그치고 원망섞인 눈으로 날 쳐다본다. 이런 때는 마치 내가 애를 울린 것만 같아 당혹스럽고 괜스레 미안했다. 그러곤 '나는 아기들이 싫어하는 타입인가?' 라며 왠지 모를 자괴감에 빠졌다.
그런 내가 딸을 낳고 육아를 하게 됐다. 게다가 어느 순간 낯가림이 찾아온 딸을 달래는 입장이 되다니! 주변 어른들이나 지인들에게 딸이 안기면 금세 입술이 삐죽 내려가며 울음을 빵 터뜨린다. 그러곤 다시 내 품에 안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을 멈춘다.
참 신기하다.
그다지 살가운 아빠는 아닌데 제 아빠품이라고 낯을 안 가리고 울음을 멈추니 말이다.
문득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자는 아이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뒤집어 놓으면 뒤집힌 대로 눕히면 눕히는 대로 있어야만 하는 이 작은 아이가 의지해야 할 사람이 부모뿐이라니.
애틋하고도 가련한 생각이 들며 책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