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는다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인 것 같다. 아주 낯선 경험이다.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가족을 이뤘을 때도 이런 낯섦은 없었다. 사실 아내와는 연애라는 과정을 거쳐 결혼에 이르고 가족이 되는데 반해 아이와의 관계는 정말 날벼락과도 같은 상황이다.
아이도 우리를 모르고 우리도 아이를 잘 모른다.
갑자기 우주에서 아이가 똑 떨어진 느낌이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면 아이가 아기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다.
'누구니 넌?'
내 아이지만 문득문득 그녀의 존재가 낯설다. 어떻게 우리를 만나게 된 걸까?
보통 아이를 맞이하면 '양육'의 관점으로 아이를 대한다. 부모가 주체적인 입장이 되고 아이는 수동적인 입장으로 부모의 행동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다. 인지력과 행동력이 성인에 비하면 모자란 수준이지만 하나의 인격체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우리는 아이를 인격체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도 우리의 인격체를 적응시킬 필요가 있다. 마치 처음 만나는 타인과 인사하며 친해지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 아빠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의 딸이에요."
우리도 '처음으로' 부모가 됐다. 연애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슬퍼하다가도 웃으며 서로를 보듬어 가며 아내와의 관계를 만들었던 것처럼 부모가 되는 것도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부모'로서 완벽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니잖는가.
그래서 조금 서툴러도 괜찮고 조금 못 해도 괜찮다. 마찬가지로 아이도 그 존재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코가 좀 삐뚤 수도 있고 이가 들쭉날쭉 나올 수도 있고 배움이 조금 느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이는 내가 성장해 왔듯, 아내가 성장해 왔듯이 잘 자랄 것이며 본인만의 자아로 성숙되어 갈 것이다.
서로 다른 무한한 우주 속에서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났으니 앞으로도 사이좋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 보자 지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