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는 게 싫어요!

by 우승리

지구가 부쩍 크면서 이제 여러 가지 요구사항들이 생겼다. 전에는 먹고 자고 싸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놀아도 줘야 되고 누워 있는 게 불편하면 이렇게 굴려도 주고 저렇게 굴려도 줘야 한다. 그녀의 센서티브한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눈치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내가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우리 뚠뚠이 지구는 작은 풍채와는 달리 여기저기 몸 구석구석 지방을 둘러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목욕은 아빠 담당이다. 아내가 지구를 한 손으로 들고 씻기기엔 아내의 가녀린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기 때문에 아내 팔과 그다지 차이 없을 것 같은 내 팔로 지구를 감당하고 있다.


그래도 지구가 어렸을 적엔(지금도 어리지만) 한 손에 눕혀놓고 세수랑 머리 감기는 걸 하더라도 특별히 거부 반응을 안 보였는데 요즘 부쩍 용쓰는 일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그런지 최근엔 눕혀서 안는 것을 싫어하고 꼭 앉혀줘야만 안겨 있는다. 이게 평소 놀아줄 때만 그런 줄 알았는데 씻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찌나 눕히는 걸 싫어하는지 한 번은 조금 칭얼거려도 그냥 눕혀놓고 빨리 씻기려고 했는데 대성통곡을 하고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면 정말 혼이 나간다. 지난 시간 무수한 울음을 겪어 왔는데 그때마다 영혼이 탈출했다가 겨우 돌아오곤 했다.


아니 눕혀서 목욕시키는 게 이렇게 울 일인가.


내 머리로는 다소 이해가 안 되었지만 아기가 성장하며 변화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나저나 그럼 앞으론 어떻게 씻겨야 하지?


어쩔까 지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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