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찾아온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에 갔을 때다. 엄청난 복통으로 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맹장이 터진 줄 알고 대장 병원을 찾아가려 했다. 그런데 도무지 알고 있는 병원까지 갈 엄두가 안 나서 가까운 응급실로 향했다. 머릿속으로 '구급차를 불러야 되나 그 정도는 아닌 거 같긴 한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괜찮아질 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고통에 어떻게든 빨리 응급실에만 도착하길 바랐다.
겨우 응급실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는데 갑자기 아팠던 게 조금 괜찮아졌다. 왜 이럴까. 처음 맞아본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꾀병으로 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런단 말인가.
처음엔 큰 병인 줄 알고 아내한테 말하기도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혹시나 갑자기 수술이 필요한 경우 보호자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아내한테 상황을 알렸다.
수액을 맞고 조금 진정된 상태에서 응급실 한편에 누워있었다. 문득 내 앞에 앉은 3살 배기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아이 엄마가 보였다.
'저 쪼그만 것이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 특별히 아파 보이는 곳은 없는데.'
그래도 애가 멀쩡해 보이니 괜찮은가 보다 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주사인지 검사를 받고 왔는지 애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그 앞에서 아기 엄마가 애를 달래며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라며 딸을 어르고 달랬다. 시간이 지나 조금 진정이 됐는지 그 아이는 병실 침대에 누워 곤하게 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 앞을 어머님이 간절한 기도라도 하듯이 아이를 한없이 보고 계셨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아니 어머니. 어머님이 잘 못 하신 것도 없는데 뭐가 미안하셔요. 아기가 아픈 건 어쩔 수 없지만 어머님 잘 못도 아니신데 왜 본인을 탓하세요.'하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흘러 나에게도 딸이 생겼다.
지구는 그동안 아픈 적이 없었다. 지구가 울 때라고는 배고플 때 하나였는데 어쩐 일로 이번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게 울기 시작했다. 항상 울면 젖병만 물려도 얌전해지던 아이인데 이번엔 가만히 있다가도 발작을 하듯이 자지러지게 울었다. 애가 어렸을 땐 눈물도 안 나왔는데 이제 조금 커서인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우는데 마음이 아팠다.
내심 '당황해봤자 상황이 나아질 리 없으니 침착하게 애를 달래 보자.'라고 이성적인 척 생각했는데 이미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었나 보다. 생각과 달리 몸이 바짝 긴장되었는지 지구가 울음을 잠시 멈췄을 때 한숨 돌리고 나니 근육이 살짝 아픈 느낌이 들었다.
정작 아이가 소리내어 자지러지게 울 땐 정신이 없어서 마음 아픈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애가 조금 진정되고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니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
지구가 아직 말을 할 수 없는 신생아라 도무지 어디가 아픈 건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 이제 옹알이를 시작해서 뭐라고 하소연하듯이 옹알이를 하는데 엄마 아빠는 알아들을 수 없으니 지구도 얼마나 답답할까?
시간이 좀 지나고 다행히 지구가 괜찮아져서 배앓이나 체했던 게 아닌가 짐작해볼 뿐이다.
문득, 그때 그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분의 감정을 꼭 알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정인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너무 익숙하고도 흔하게 들었던 말이라 이 말의 간절함을 몰랐던 걸까? 그동안 이 말이 아주 건조하게 느껴졌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이 문장이 흔하게 나오는 말이 아님을 알았다. 아이에게 미안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될수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