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지구는 3.08Kg으로 태어났다. 자연출산을 준비했던 우리 부부는 혹시나 아이가 너무 커서 출산할 때 부담이 될까 걱정했다. 그래서 임신 중에도 지구에게 "지구야. 너무 많이 크면 안 돼. 나와서 크자."라고 말해주곤 했다.
지구가 우리 이야기를 들었을까? 지구는 정말 작게 태어났다. 지구가 작게 태어난 덕분인지 아내는 출산하면서 제대로 된 비명 한 번 없이 지구를 출산했다. 지금에야 아내와 딸 모두 건강하게 출산한 덕에 태평해져서 하는 말이지만 미디어에서 보던 그런 극적인 출산은 아니었다.
여타 드라마에서의 출산 과정을 보면 산모가 엄청난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다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아내는 "이제 힘줘야 해요!"라는 조산사의 말에 힘 몇 번 주더니 지구를 출산했다.감정의 클라이맥스를 찍기 전에 지구가 나왔달까. 그때 당시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하던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다 잘 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배부른 소리다.
여튼 아내의 출산에 큰 공로를 차지한 건 아마도 지구의 몸무게가 아닐까? 보통 3.2~3.6 정도로 아이를 출산하는데 어린 몸에서의 200~600 그램은 큰 차이다.
3.08Kg으로 태어난 지구는 정말 작고 가죽만 있는 것 같은 아이였다. 이른 때에 분만한 아이처럼 작고 살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지구가 태어나서 우는 이유는 배고픈 것 딱 하나였다. 어찌나 허겁지겁 먹는지. 아니면 엄마 모유가 그렇게 맛있던 건지. 잠깐이라도 뱃고랑이 비면 난리법석이다. 최근엔 먹는 양이 늘었는지 모유가 부족해져서 분유를 먹여야 할 때도 왕왕 있다.
예방 접종을 하러 소아과에 가면 의사 선생님께서 "아기가 체중이 많이 늘었어요. 조절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배꼽탈장을 걱정하던 우리이다 보니 정말 애를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먹이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됐다.
하지만, 무슨 수로 지구를 막을 수 있을까? 잠시라도 속이 비면 천사같이 방긋방긋 웃던 애가 곧 죽을 것처럼 운다. 애가 목이 쉬어라 우니까 안 먹일 수도 없고 말이다.
고민하면서도 애가 심하게 우는 게 더 안 좋은 것 같아 어쩔수 없이 충분히 먹였다. 다행히 요즘엔 자는 시간이 늘어서 자연스레 먹는 양이 줄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 같이 불어나던 지구의 몸무게 증가 곡선은 정상(?) 궤도에 무사히 안착했다.
나는 이제 정상 궤도(?)에 오른 것 같다며 안심하는데 반해 아내는 지구가 요즘 몸무게가 줄은 것 같다며 걱정한다. 미쉐린타이어 마스코트 같은 지구의 몸을 보면서도 그런 말이나오다니 엄마의 마음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마치 할머니가 손주를 보면 반쪽이 됐다고 하는 말과 비슷한 이치일까?
지구야. 엄마 눈엔 너의 튼실한 허벅지도 반쪽으로 보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