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반에 기상. 평소보다 잠을 잘 잔 거 같긴 한데 어쩐지 피곤하다. 키친으로 가서 어제 먹다 남은 닭이랑 빵을 먹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텐트로 가는데 한니스와 그의 와이프가 짐을 챙기고 있다. 나도 텐트 안으로 들어가 짐을 정리했다.
텐트를 접고 자전거에 짐을 쌓아 올리고 방수 커버를 씌웠다. 하늘에 구름이 꼈는데 빗방울이 몇 방울씩 툭툭 떨어진다. 부디 큰 비가 내리지 않기를. 키친에서 아침을 먹는 한니스에게 인사를 하고는 길을 나섰다. 오늘은 캠핑을 할지 몰라 마트에 들러 음료수를 하나 샀다. 그런 후 방향을 잡아 마을을 벗어났다.
원래는 Ashburton이라는 방향으로 가면 좀 더 빨리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할 수 있는데 한니스가 Rakaia George가 경치가 좋다고 알려주어 그 길로 향할 예정이다. 도시에 가까워지려고 하니 길이 여기저기 많이 갈라진다. 지도를 보며 방향을 잡고는 페달을 밟았다.
날씨가 흐리니 역시 기운이 빠진다. 게다가 오늘은 계속 오르막 경사를 가야 하니 더 지치는 느낌이다. 게다가 어째 피곤하다. 평소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자전거 탈 때 피곤한 느낌은 별로 못 받았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지.
한참 가는데 왼편에서 꽤 센 바람이 분다. 그래도 지난번 역풍을 받을 때 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다. 부디 이 바람이 역풍으로 바뀌지 않길.
바랬는데. 역풍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몸도 벌써 지쳤다. 가까운 마을이 나오면 바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mayfield라는 곳이 보였다. 그곳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어제 삶은 옥수수와 빵을 먹었다. 아직 50여 키로를 더 가야 한다. 근데 왜 이리 피곤한겨.
몸을 좀 쉬게 하다가 다시 밖으로 나와 출발하려니 한니스와 그 와이프가 막 도착했다. 가서 인사를 하니 바퀴에 펑크가 났었단다. 그러면서 이 바람 때문에 죽겠다고 투덜댄다. 아무래도 그들도 오늘은 힘든가 보다. 애초에 그들도 rakaia george까지 가려했다가 그전에 있는 mt somers에서 쉴 거란다. 나는 어째서인지 그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이 길로 왔는데 그들이 목적지 전에 쉰다니 김 새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이번이 그들과 마지막으로 보는 기회일 듯싶다. 여행 잘하라고 인사를 하고 먼저 출발했다. 맞바람이 장난 아니다. 오르막인 데다 맞바람이 부니 속도는 안 나고 지치기만 한다.
한참을 낑낑 거리며 달려 Mt Somers에 도착했다. 앞으로 30km를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근데 꼭 이 길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은 경치를 볼래도 날씨가 이렇게 흐리니 물 건너갔고 한니스와 만나자니 그들은 여기서 하루 쉰다고 하고 내가 굳이 이 길을 택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rakaia로 가야겠다. 원래 Ashburton으로 해서 가면 더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길을 돌아 가게 됐다. 여하튼 길을 틀어 rakaia 방향으로 달린다. 이 쪽은 그리 높은 오르막길이 아니라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이 지친 상태라 상당히 힘들다. 게다가 길을 돌아서 달려가니 오늘 무려 100km를 달려야 되는 샘이다. 어찌 되었든 마음만은 한결 가뿐해진 상태로 달려본다.
한참을 또 달리고 달려 드디어 Rakaia에 도착했다. 속도계에 이동거리가 102km로 찍혔다. 그래도 도착한 시간은 나쁘지 않다. I site가 닫기 전에 타운 맵을 받아서 홀리데이 파크를 찾았다. 텐트를 치고 샤워 후 저녁을 먹었다.
뭔가 마트에서 먹을 걸 사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엄한 곳에 돈 쓰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냥 지난번 샀던 짜파게티와 밥이랑 참치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여유롭게 미드를 봤다.
내일 드디어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한다.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의 종착지다.
주행거리: 10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