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에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이 인사가 아닐까 싶다.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집에 돌아가기까지 복도를 지나거나 화장실을 갈 때마다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인사를 해야 한다. 아주 짧은 순간 벌어지는 인사라는 게 워낙 일상적인 일이라 별 거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직생활에서는 이게 절대로 별 게 아닌 게 아니다. 짧은 인사 하나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주칠 때마다 사람 기분 상하게 하는, 심한 경우 정 떨어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인사(人事)는 ‘직원을 어떤 자리에 임용하거나 해임하는 것’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지금 얘기하고 있는 인사, 즉 사람을 만나 아는 척을 하는 이 ‘인사’도 한자가 ‘人事’로 그 격언 속 '인사'와 똑같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평소 무심코 하는 이 ‘인사’야 말로 ‘만사’라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직에 있는 모든 사람과 직접적으로 일을 해보는 게 아니기에, 짧은 순간의 인사가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 하나만으로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사고, 심지어 이로 인해 좋은 평판을 얻기도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인사법이 있다.
첫째, 입이 아닌 눈빛과 표정으로 인사한다. 눈은 입보다 훨씬 더 많은 말을 한다. 입으로 좋은 말을 해도 표정이 굳어있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지만, 아무 말 없는 눈인사도 밝은 미소를 짓고 있으면 "난 당신에게 호감이 있어요"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반면 무표정한 인사는 “난 당신에게 관심 없습니다”로 읽힌다. 거기에다 눈까지 마주치지 않으면 “당신과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오해하기 쉽다. 많은 사람들이 입은 거짓말을 해도, 표정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정도 거짓말한다. 얼굴 표정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속내와 다르게 지어질 수 있다. 특히, 인간관계의 고수일수록 자신의 속내가 표정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속내와 상관없이 하루 종일 무표정한 얼굴로 목례하는 사람과 만날 때마다 밝은 미소로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둘째, 상대의 이름을 넣어 인사한다. 회사 선배 중에 마주칠 때마다 꼭 이름을 넣어 인사하는 분이 있다.
“오, 경호야, 안녕?”
“경호야, 잘 지내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 선배와 함께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얘기를 나눠볼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선배를 떠올리면 친근하고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볼 때마다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인 출신으로 대학교수와 CEO까지 탄탄대로를 걸어간 어느 선배는 사람의 이름을 잘 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교수 시절에는 자신의 과 학생들 이름은 물론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 이름까지 거의 다 외웠고, CEO일 때는 수백 명 되는 전 직원의 이름을 다 외웠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사장님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척할 때마다 직원들은 깜짝 놀랐고, 사장에 대한 호감도도 급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이 선배를 만날 기회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사람 이름을 잘 외우는지 물어보자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내 성공 비결은 단 하나밖에 없어. 사람의 이름을 잘 외운다는 거지. 난 지금도 이걸 위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항상 열심히 그 사람의 이름을 외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가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의 이름까지 기억해서 불러주는 사람도 있다. 회사 선배 한 분은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이 아이를 낳으면 꼭 아이의 이름을 물어봐서 적어놓고 열심히 외운다. 그리고 지나다가 만나면 꼭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oo이 많이 컸겠다. 이제 몇 살이야?”
이런 인사를 들은 후배는 이 선배가 자신의 아이 이름까지 기억해준다는 것에 감동을 받고, 선배가 자신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별로 친하지 않던 사이여도 아이의 이야기를 화제로 대화가 급진전된다. 당연히 호감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 상대의 최근 일을 기억해준다. 회사에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내가 최근 보도한 기사를 언급하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
“지난번에 네가 보도한 oo 기사 참 좋더라. 인상적이었어.”
별거 아닌 성과물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말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 성과를 기억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 사람의 일에 나도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잠깐 인사 나누는 짧은 순간에도 상대의 좋은 일을 기억해 함께 기뻐해 주고, 힘든 일을 함께 공감해주는 사람은 자꾸 보고 싶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호감 가는 인사로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려면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평소에 좋은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갖고 이를 기억해둘 수 있어야 이런 인사도 가능하다.
이렇게 인사 참 잘하고, 잘 받는 것,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바쁜 일에 치이고 지친 일상 속에 젖어 살면서 인사까지 챙기는 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사를 하려 노력이라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회생활, 인간관계는 결국 큰 차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 혹시 조직 생활에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감 가는 인사가 주는 ‘3초의 마술’을 경험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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