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비디자인프로젝트
바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클라이언트와 약속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선배 K가 있었다. 그의 탁상캘린더와 플래너(수첩)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과의 미팅과 약속이 적혀 있었다. 도대체 저렇게 많은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지 싶을 정도로 빼곡하다. 그러나 그는 그 많은 일정을 여유롭게 처리하는 것 같다. 분주할 법도 한데, 항상 시간적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실제 필자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그는 단 한 번도 고객과의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없다.
반면 동기였던 P는 매일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뭔가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를 하면 바쁘니까 다음에 얘기하자하고 통화를 금방 끝는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그는 언제나 급하게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매일 바쁜 그는 매번 약속에 늦는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회의 때문에, 다른 일 처리 때문에 30분 늦을 것 같다, 1시간 후에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그가 K보다 직급이 낮아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 K를 처음 알았던 그 때보나 한 직급 높은 대기업 차장이다. 그런데 여전히 분주하고 약속에 늦게나 펑크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한다고 하니 직급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는 시간을 통제하고, 후자는 시간으로부터 통제를 받는다. 가끔 전 직장동료들과 만날 때가 있다. 컨설팅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 일이 많은 편이다. 이를 감안해 2~3개월 후로 약속을 잡는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은 ‘일정 스케줄에 등록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은데요. 지금 확답하기가 어려 운데요.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서요.’라고 말한다. 맞다. 한치 앞도 모르는데 어찌 3개월 후를 알겠는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유일하게 그 시점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인데 상사와 상황에게 통제를 맡기는 것 같다.
선배 K와 동기 P의 같이 행동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한 시간관리를 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있다. 사실 누구나 한꺼번에 많은 요구나 과제가 닥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둘지 결정하는 것이다. 단지 지금 당장 급한 일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을까? 특히 조직 구성원의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조직의 가장 큰 목적은 성과 창출이다.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드러커는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네 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다. 첫째, 과거의 사건보다는 미래와 연결되는 일을 먼저 한다. 둘째, 조직 내 과제 등의 문제보다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는 일을 먼저 한다. 셋째, 유행이나 모방보다는 독자성을 먼저 한다. 넷째, 무조건 쉬운 일보다는 어려워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일을 먼저 한다. 이 기준에 의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시급을 다투는 긴급한 일에 쫓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드러커는 시간관리를 스킬이 아니라 용기와 관련된 문제라고 얘기했다.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히 폐기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무리 우선순위를 매긴다 해도 과제가 끊임없이 늘어나면 도저히 손이 못 미쳐서 결과적으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과가 좋지 않은 일,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한 일, 비생산적인 일을 재점검하여 중요하지 않은 순서를 매겨보는 것도 중요하다. 일의 중요도가 낮은 업무는 포기하거나 점차 줄여 가는 것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업무 많이 아니라 일과 삶 모두에 있어서도 우선순위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네 가지 포인트(과거<미래, 문제<기회, 유행<독자성, 간편<복잡)를 중심으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