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나의 소원"
현근대사에 있어 백범 김구만큼 존경을 받는 인물도 보기 드물다. 평생을 나라의 독립운동과 통일민족국가건설을 위해 싸우다 간 인물이다. 일제의 탄압에 맞서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 안창호가 주도하는 신민회의 회원을 거쳐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상해로 망명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의 임시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위의 연설문은 1945년 12월 19일, 김구 선생이 서울운동장에서 거행된 임시정부 요원 환영 대회에 주석의 자격으로 행한 연설과, 1947년 그의 정치 이념을 표현한 <나의 소원>이다. 문화와 교육의 힘을 강조하는 그의 연설은 간디의 비폭력에 관한 신념 넘치는 재판진술과 비견해도 부족함이 없다. 본 내용을 통해 우리 조직에 필요한 문화와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 나라가 남의 침략으로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합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입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닙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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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문화 건설을 위한 민족의 사명을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모두 성인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대한 사람이라면 가는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의 적(敵)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의롭지 못함을 미워하고 투쟁의 정신을 길렀었거니와, 적은 이미 물러갔으니 우리는 증오와 투쟁의 정신을 화합과 단결을 일삼을 때입니다. 집안이 불화하면 폐가(廢家)되고 나라 안이 갈려져서 싸우면 망합니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입니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합니다. 우리 국토 안에서 언제나 춘풍이 태탕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 먹음으로써 될 수 있고, 그러한 정신을 교육시킴으로써 영속될 것입니다.
최고의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자고 사명을 삼은 우리 민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자기의 배를 채우기 위한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과 제 이웃과 제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자유여야 합니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의 꽃을 심는 자유여야 합니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에게 덕을 베푸는 것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우리말에 이르듯이 선비요 점잖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없이 주기 위한 것으로, 힘드는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仁厚之德)이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