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조직의 관심은 생존과 성과이다. 정확하게는 더 큰 성과이다. 성과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어떤 조직이 ‘행동만이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기업조직에서 행동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바로 ‘결정’이다. 그것이 올바른 것이든, 올바르지 않은 것이든 상관없다. 이제 ‘결정-행동-성과’라는 연결이 만들어진다. 엄밀하게는 ‘동의된 결정’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동의된 결정은 자발적 동의일 수도 있고, 때론 비자발적 동의일 수도 있다.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결정의 실행, 비자발적 동의에 의한 결정의 실행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정은 크게 두 가지 도구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지시-보고’라는 도구이다. 다른 하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회의’라는 도구이다.
특히 집단의 합의와 결정의 도구인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회의문화 혁신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회의를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하고 코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때 우리는 늘 본원적 질문을 한다. 회의는 무엇인가?, 회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좋은 회의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들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쉬우면서 어려웠다. 쉬우면서 어렵다는 모순되는 표현이지만 실제 그렇다. 진짜회의는 모이고(會), 의견을 나누고(議), 결론을 내고(決), 실행(行)하는 것이다. 결국 진짜회의는 회의결행(會議決行)이다. 회의결행 얼마나 뻔한 말인가? 그래서 쉬웠는데 다음이 어려웠다. 네 가지가 잘 되는 사례를 찾지 못한 것이다. 회의 선진사례라고 기사에 나오는 유명 기업들에게 전화를 해서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보여줄 것이 없다는 안타까운 말이 돌아온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은
전경일 작가의 ‘창조의 CEO 세종’이라는 책에서 그 사례를 찾게 되었다.
세종은 독단과 전횡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국왕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확신이 들지 않으면 신하들과 토론을 통해 합리적 결정을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토론을 좋아하는 ‘낙어토론(樂於討論)의 왕’이라고 했을까 싶다. 세종은 회의를 이해와 설득의 과정으로 삼고, 듣고, 함께 논함으로써 조직이 한 방향을 향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실록에 보면 그 사례들이 많이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려고 한다.”, “대저 일을 의논할 때에는 각각 저마다의 뜻을 말하는 것이요, 나는 절충하여 따르는 것이요.”, “소수의 의견까지도 끝까지 경청하되, 한 사람의 말만 가지고 경청해서는 안 된다.” 등의 말씀이 있었다.
진짜 회의를 위해서는 그라운드 룰이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세종 시대의 회의의 그라운드 룰은 21세기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곧은 자세로 회의에 임하라. ② 리더의 잘못을 모두 직언하라. ③ 긴급한 상황 발생 시 한 자리에 모여 의논하라. ④ 소수의 의견도 끝까지 경청하되, 한 사람의 말만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⑤ 모든 말을 다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라. ⑥ 좋은 의견이 나오면 힘을 실어주어라.
그라운드 룰과 함께 중요한 것이 철학으로써의 원칙이다. 8가지 공유의 원칙은 우리의 조직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 여덟 가지는 이상의 공유, 목표의 공유, 존중하는 마음의 공유, 지식의 공유, 아이디어의 공유, 품질에 대한 의식의 공유, 서로가 서로를 세운다는 의식의 공유, 앞장서 이끌어 나간다는 의식의 공유이다.
큰 회사이든, 작은 조직이든, 모임이든 우리는 모두 회의를 한다. 세종의 회의에 대한 철학, 태도, 원칙 등을 참고해서 우리가 하고 있는 회의에 반영하면 좋을 듯 하다. 우리는 이미 회의를 효율적으로 했던 민족이다. 국가의 회의부터 공공조직의 회의, 기업조직의 회의, 그리고 작은 모임의 회의까지 조금 더 향상되기 위해서는 모두 각 원칙을 알고 공감하고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
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