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게 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
조직문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 문장이 현실세계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오랜 과정과 일관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데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문화가 만들어지는 일은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만들어지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조직문화는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일을 하면서 느끼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세대가 들어왔을 때 ‘아 이렇게 행동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조직문화이다.
그 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경험을 통한 학습이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를 자신이 보고, 자신이 들을 것을 바탕으로 자신 안에 규범화하고 행동한다. 우리가 조직을 통해서 하는 경험은 대부분 수직적이다. 수직의 핵심은 관리・통제이다. 고성장기에 우리 조직의 성장을 견인한 문화는 관리와 통제, 지시와 보고 같은 도구를 활용한 수직적 조직 문화였다. 우리는 적절한 시기, 적합한 문화를 가지고 지금의 조직들을 만들었다. 영화 제목 중에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라는 것이 있다. 조직문화는 반대이다. 그 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L자형의 저성장기에 수직적 문화는 조직의 생존과 성장 또는 방향 전환을 위한 전략의 실행을 방해할 뿐이다. 자율과 책임으로 상징되는 ‘수평적 조직문화’의 정착을 위해 조직과 조직의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야 한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용기를 내지 않고도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이다.
우선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합의된 정의문(statement)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수평적 조직은 직급구조를 단순화하는 것, 복장을 자유롭게 하는 것, 직급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OO님’으로 부르거나, 별명 또는 영어 이름을 호칭하는 것,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런 활동은 중요하다. 야근 관행이나 보고 문화를 개선하는 등의 행동도 중요하다. 그러나 생각과 주장 등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면 수평적 문화라고 할 수 없다. 즉, 수평적 조직문화는 ‘용기를 내지 않고도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이다.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최근 많은 조직들이 변화 환경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많은 것은 실패하거나 원상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대의 빠른 변화 속도에 맞춰서 조직문화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지만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개인이 무언가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하물며 규모가 큰 조직은 더 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는 그 변화의 물결 안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힘든 사람들은 아마 기존의 방식으로 조직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조직은 이미 이런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물론 대부분은 도구의 변화가 많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종이와 펜에서, 타자기로, 그리고 컴퓨터로, 그리고 클라우드로 이런 변화 과정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 조직에 있는 것이다. 물론 작금의 변화는 그 보다 물결이 더욱 빠르고 예측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익숙함을 버리고, 익숙하지 않던 행동을 해야 할 용기가 필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 변화의 물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필자를 모두가 용기를 품고, 용기를 실행으로 옮기는 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내지 않고도 의견을 펼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된다. 그러나 우리가 익숙함으로부터 결별할 때만 변화가 일어난다. 익숙함을 버리고, 익숙하지 않던 행동을 해야 할 용기가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다.
‘왜’를 설명, '왜'를 질문, '왜'를 중심으로 대화
그럼 조직 전반적 차원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될까? 첫째, 구성원 모두가 ‘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리더들은 ‘왜’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왜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둘째, ‘왜'를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플레이어(구성원)들이 용기를 가지고 해야 할 행동이다. ‘왜'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무작정 하지 말고, 왜를 스스로 해석하지 말고, 질문해서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왜’를 질문할 수 있기 위해서는 리더들이 ‘왜’를 물어오는 직원을 진심으로 받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왜’를 중심으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왜’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궁금한 점에 대해 마음껏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수평적 조직문화가 단단해진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여유가 있을 때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다.
다음으로 각 계층별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수평적 조직이라고 해서 계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할과 책임이 있으니까 말이다. 먼저 C-Level급의 임원그룹이 해야 할 일이다. 조직은 절대 리더를 넘어설 수 없다. C-Level의 솔선없이는 아무것도 변화할 수 없다. 문화에 대한 책임, 다음 세대에게 넘길 유산에 대한 책임은 C-Level들에게 있다. 조금 구체적으로 ‘빨리, 빨리’라는 말을 줄여보는 시도를 해야 한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여유가 있을 때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다. 다음으로 리더 그룹이다. 리더그룹이 해야 할 행동은 ‘왜’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어떻게’는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왜’를 설명함으로써 일의 의미를 알게하고, 지속적으로 동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평소에 모든 멤버에게 같은 비중의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의견을 반영해줘야 한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 때만 일에 대한 책임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어 그룹이다. 리더들이나 상위 계층만 노력한다고 해서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플레이어 그룹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수용하려는 자세와 행동이 요구된다. 자신에 주어진 일의 가치와 그 일에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뚜렷한 자기주장을 갖기 위한 노력과 자기주장을 다른 사람 앞에서 펼치는 결기가 필요하다. 올바르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누구보다 빠르게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설익은 의견을 함께 익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조직의 모습
전 계층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은 ‘스텝부서가 디자인에 대해 뭘 알아?’와 같은 말이나 생각을 가지지 않고 상대의 다른 견해를 수용하려는 노력이다. 수평적 조직을 만드는데 장애로 '설익은 의견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설익은 의견을 함께 익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조직의 모습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후배 세대는 우리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를 것이다.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해오고 있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수평적 문화가 당연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금 용기를 내야한다. 오늘 당신의 용기가 조금 더 수평적 문화로 다가는데 도움이 될 것 이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
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