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짜 회의의 특성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회의는 회의가 아니다’- 피터드러커

회의하면 어떤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시나요? 툭하면 회의, 잦은 회의, 준비 없는 즉흥적인 회의, 불필요한 참석자가 가득한 자리 채우기 회의, 회의인지 보고인지 헷갈리는 보고형 회의, 상사 혼자 발언하는 확성기형 회의, 토론은 없고 공격만 있는 저격형 회의, 반대의견 제시 없이 대세 동조형의 회의, 침묵과 무반응의 모르쇠형 회의, 결론 없는 답 없는 회의, 결론을 내도 생각이 다 다른 동상이몽형의 회의, 회의만 하면 뭐해? 실행 없는 회의.   


회의에 관해서 얘기해보자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회의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합니다. 또한, 회의문화에 대한 이미지로 사람들은 ‘무의미함/시간 낭비’, ‘지겨움/답답함’, ‘강압적/일방적 회의’, ‘보고형 회의’와 같은 부정적, 권위적 어휘가 많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피터드러커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회의는 회의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한국기업에서는 회의를 단합으로 생각합니다.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하자’는 식으로 의사결정의 안건이나 회의의 목적과 아젠다(Agenda)가 명확히 정의, 공유되지 않은 채로 회의를 소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리더들이 실무를 잘 알지 못해서 직원들이 회의에 동석하거나, 회의 준비를 위해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회의 참석자를 소집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막상 회의가 진행되어도 회의 참석자 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없어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 그리고 리더들이 일방적인 주장만 나열해 쌍방향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서로 눈치를 보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 회의가 지속되는 경우 등 회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결론 없는 회의가 반복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회의는 어떻습니까? 지금의 회의에 만족하십니까?




1. 회의에 목적과 목표에 대한 설명 없이 시작합니다.

 : ‘회의를 왜 하게 되었다. 무엇을 얻으려고 한다.’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출발합니다. 기존에 하던 주간 단위 업무 진척사항 점검이 목적이 되어서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회의 종료 후 리뷰는 없고, 결론 명확성도 높지 않습니다.

 : 마지막 발표, 또는 마지막 안건 끝나면 ‘그래도 다들 수고했어요’라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발언점유율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 설명하는 중에 기다림 없이 ‘됐고’, ‘그러니까 다 알고 있고’, ‘지난 번에 하던 얘기랑 똑같네요…’ , ‘결론이 뭔데…’등의 말을 하면서 갑자기 흐름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4. 회의 집중도가 낮은 참여자가 여러 명 있습니다.

  : 휴대폰을 보고 있거나, 노트북으로 업무 처리를 하거나, 딴 짓(심지어  졸고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의 시간의 80%(50분 이내) 정도를 휴대폰만 보고 있는 참석자가 있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바로 회의를 별 제재 없이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5. 준비 없이 들어온 참석자가 있습니다.

 : “우리 지난번에 뭐 논의하기로 했죠. 아무도 대답이 없네. 다들 아무 의견도 없나요. 그럼 오늘도 내가 해야 하는 건가…”라고 하면서 자신이 진행, 답변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회의도 있었습니다.
: 발언 없이 앉아서 듣고만 있는 참석자 있습니다. (휴대폰 사용, 졸음 등)


6. 했던 얘기 또 하는 무한 루프에 빠진 회의가 많습니다. 

 : 진전사항 없이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전 회의에서 지시/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만 하는 상황인 회의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까 얘기를 좀 제대로 들어라.”


7. 부정어의 사용이 많지 않지만 긍정적 언어의 사용 빈도도 높지 않았습니다.

 : 전반적으로 회의에서 격려, 인정, 칭찬 등의 행동이나 말이 없습니다. 약간의 농담 정도뿐입니다.


8. 회의의 주제를 벗어나는 즉흥적인 숙제를 잔뜩 안기고 회의가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17년 2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장기업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회의에 대한 인식, 경험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조직이 ‘회의중독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1주일에 3.7회 회의에 참석하지만 그중 절반 수준인 1.8회는 불필요한 회의였습니다. 회의 당 평균 참석인원도 8.9명이지만 그중 2.8명은 참석이 불필요했다고 답변했습니다. 1회 평균 회의시간은 51분이었지만 이중 15.8분 (전체의 31%)는 낭비되는 시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의 회의 컨설팅 경험을 돌아보더라도 회의가 많은 조직에서 임직원들은 평균 매주 9시간을, 관리자급은 매주 11~18시간을, 최고 경영자는 매주 23시간을 회의에 할애합니다.   우리는 회의에 정말로 많은 시간을 사용합니다. 경영학자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 CEO들은 하루 평균 8회, 일과의 약 70%를 회의에 할애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회의에 할애하지만 회의의 30~50%는 비생산적이라는 것입니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54%의 직장인이 회의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조직 구성원들은 대부분 회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생산적 회의를 ‘가짜회의’로 명칭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가짜회의’란 무엇일까요? 팀 코칭 전문가인 바버라 스트라이프벨(Barbara J. Streibel)은 세계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회의에 대해 조사를 하였고 그 결과를 《효과적인 회의를 위한 관리자 안내서 (The Manager’s Guide to Effective Meeting)》이라는 책을 통해 발표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의에 들어와야 할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2. 사람들이 너무 늦게 나타나거나 일찍 자리를 뜹니다. 

3. 사람들이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며 주제와 관련 없는 말을 많이 합니다. 

4. 너무 많은 사람이 동시에 말합니다. 

5. 회의가 한 사람, 특정한 몇 사람에 의해 주도됩니다. 

6. 리더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회의를 독점합니다. 

7. 서로 인신공격을 합니다. 

8.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합니다. 

9. 지난 회의에서 했던 논쟁을 되풀이합니다. 

10.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성취결과는 너무 적습니다. 

11. 사람들이 회의가 끝나면 “휴~”하며 안도를 합니다. 

12. 매번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종합해보면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가짜회의에는 질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짜회의에는 지켜야 하는 회의 아젠다(Agenda)와 원칙이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명목상 그냥 걸려있는 규칙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정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획일화된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조직은 회의가 어떤 질서에 의해 흘러가야 하는지 그 조직만의 합의된 회의 규율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은 어떠한 회의가 진짜회의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질서가 있고 지켜야 하는 규율이 있는 회의를 우리는 올바른 형태의 회의 문화가 잡혀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질서가 없는 문제는 규율을 만들고 바로잡으면 됩니다. 하지만 회의를 바꾸기 힘들고 많은 가짜회의가 난무하는 이유는 가짜회의의 두 번째 문제점에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불통즉통(不通則痛)’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동의보감에서 나오는 한방 용어로 기가 원활하게 흐리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는 뜻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이 표현은 “소통이 안 되면 고통이 온다”라는 표현으로 빗대어 자주 사용됩니다. 이처럼 회의에서도 소통이 없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회의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행위’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회의는 직급에 상관없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짜회의에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모임은 있지만 소통하는 만남이 없습니다. 소통의 문제는 곧 관계의 문제를 일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회의에는 리더십, 팔로십, 피드백, 코칭 등 그 기업의 조직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정리하자면 가짜회의의 두 가지 공통점은 질서와 소통의 부재입니다. 질서와 소통이 없을 때 가짜회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우리는 3無 현상이라고 합니다. 회의는 하되 논의는 없고, 논의는 했지만 결론이 없으며, 결론은 났지만 실행과 책임은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회의는 의견을 나누는 것이 단절되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진짜회의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과 경험을 통해 합의된 그 조직만의 회의 질서와 소통하는 방식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Amazon)은 다음과 같은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1. 피자 두 판의 규칙 (Two Pizza Rule)

- 회의 참석인원을 피자 두 판을 먹을 수 있는 인원으로만 제한합니다. 참여자가 아닌 참관자가 될 만만한 참석자는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고 회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2. 파워포인트 사용 금지 (No More Powerpoint) 

- 발표자가 파워포인트가 아닌 감정이 실린 스토리를 사용해 발표합니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데이터는 발표자의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듣는 청중에게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3. 소리 없이 읽기 (Silent Reading)

- 회의 시작 전 30분 동안 회의에서 논의될 내용을 아무 소리 없이 읽는 시간을 가지고 질문사항, 자신의 의견 등을 메모해 놓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회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오히려 회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존(Amazon)의 사례와 같이 그 조직만의 질서와 소통하는 방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진짜회의를 하는 조직들은 형식에만 머무는 규칙이 아닌 지켜지는 규칙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회사 브리즈워터 어소시에이트(Bridgewater Associates)는 수용적인 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18개월을 노력했고, 글로벌 회사 인텔은 올바른 진짜회의를 위해 생산직 말단부터 최상위 임원까지 모든 임직원이 회의에 대한 교육 과정에 참여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 우리는 올바른 회의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지금, 회의를 고민해야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