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하지 않기.
우울함은 하루의 일시적인 감정으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언제 왔는지 모르게 스르륵 나타나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우울감을 떨쳐내는 방법은 사실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다.
보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 즉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모두에게 다 맞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 사람마다 우울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법은 다르고, 때에 따라서는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한 감정을 삼킨다. 우울한 감정을 극복하지 못하는 나자신의 게으름을 탓하면서. 그들에게는 '스스로의 노력'이 오히려 우울함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인 '우울함'이 마치 나의 '잘못'인 것처럼 하루 종일 나를 탓한다. 우울해하는 것을 내 감정을 컨트롤하는데 '실패' 했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실패감은 나를 더 괴롭고 우울하게 만든다.
우울감을 느끼는 것 = 내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나의 잘못 = 나의 실패.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기분이 우울하고 싶어서 우울한 사람은 없다.
기분은 '나의 주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오랜 시간 쉬지 못하고 일했던 사람은 지치고 힘든 감정이,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람은 화가 나거나 슬픈 감정이, 즐거운 일이 생겼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 기분 좋은 추억이 떠오른 사람들은 기쁘고 가슴 벅찬 감정이 든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기분 좋게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하는 첫마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오늘 저 사람 무슨 좋은 일 있나?"
누군가의 기분 좋음이 어떤 좋은 '일'에서 비롯되었을 확률이 제일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즉 나의 기분은 내가 느끼는 것이지만 온전히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나'를 탓하는 것일까.
보통 우울감은 지치고 힘든 일이나 감정이 오래될 때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 대부분은 그런 느낌을 무시하고 무리해서 힘을 내려고 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감정들은 우울함으로 바뀌게 되고 그 우울함은 먹구름 처럼 조금씩 내 마음에 가득차게 된다. 어느 순간 내가 우울해 하고 뭔가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때에는 정작 그 원인을 모른다.
원인을 모른 채로 느끼는 우울감은 꽤나 당황스럽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데 마음속 깊은 곳의 나는 '하기 싫어!'라면서 버티고 서있는 기분.
보통 우울함은 무기력함을 동반해서 나타나기때문에 이 시기의 '일상 생활'은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해 나갈수 있는 생활이 아니다. 일상적인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 평소의 몇배에 해당하는 노력을 퍼부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노력할 힘도 의욕도 없는 상태. 그래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 눈앞에 쌓여 있으니 억지로 조금씩 조금씩 해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지치고 힘든 감정이 다시 쌓이게 되고 그것이 우울함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
우울감은 결국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나'를 방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해가 '나의 감정'이라는 사실에 속상한 많은 사람들이 ' 내 탓'을 하게 된다. 그렇게 죄책감과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공존하는 '괴로움의 굴레'가 시작되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괴로움의 굴레에 빠진 대부분의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힘들어도 어떻게든 노력하려는 성실함이 만들어낸 괴로움.
사실 우울함이 '나의 감정'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내 잘못'으로 인해 생긴 감정은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우울감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했다거나 할수 있는데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내 잘못을 찾으려 한다면 힘들어 하는 나를 빨리 알아 채지 못하고 '지나치게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 정도.
그러니까 우울함이 느껴질때 '왜 우울해 하는 거지' 혹은 '왜 빨리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못하는 거지' 라며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슬픈 일이 있어서 우는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왜 지쳐서 우울해 하는 나에게는 다정한 다독거림 대신 탓하고 자책하는 것일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내가 느끼고 싶어서 느끼는 감정도 아닌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