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다고 외로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하)

나를 조금 쉬게 해 주기.

by For reira

종종 사람들과 만나서 즐겁게 어울리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다거나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있어도 무엇인가 어색하고 허전한 느낌. 그런 자리를 파하고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도 지치고 외롭다. 그리고 그런 감정 끝에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마음이 무거운데, 뒤따라 오는 이 생각은 점점 나를 괴롭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외롭거나 힘들 때 누군가와 만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스트레스 해소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적절히 외롭고 힘든 감정'일 때 가능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저런 감정으로 치여서 마음에 심한 멍이 들었을 때는 즐거운 만남도 버거울 때가 있다.


사람에게는 각자 가진 에너지가 있다. 이 에너지는 나의 모든 것에 쓰인다. 생각을 하는 것, 일하는 것, 무엇인가를 보거나 느끼는 것.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전부 소모하게 되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된다.


사람과의 만남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마치 몸에 기초대사량이 있듯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용해야 하는 기초 에너지 양이 있다. 즉 만남 자체가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에너지는 만남에서 대화와 분위기 등을 만들면서 소모된다. 이것은 상대와의 만남이 즐거운지 아닌지와 관계가 없다. 다만 즐겁고 편한 상대는 에너지를 조금 '덜' 사용해도 되는 것뿐이다.


내가 어느 정도 적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면, 즐거운 만남에서는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충전되는 에너지의 양이 더 많아진다. 그래서 보통 즐거운 만남을 가진 후에는 즐거운 기운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에게 남아있는 에너지가 거의 없는 경우 충전되는 에너지 양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한 경우 만남이 끝나도 '무엇인가 즐거웠던 것 같지만 힘든' 상황이 계속 되게 된다.


만남에서 오는 문제를 발견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나의 사회성'을 의심한다. 그러나 이때는 사실 나의 '감정과 마음 상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지쳐있는가'에 대해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힘이 들더라도 어떻게든 좋은 하루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압박감은 오랜 기간 지쳐있는 '스스로'를 모른 척하게 만들고, 지칠 대로 지쳐서 우울해하는 '나'의 기분을 무시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 감당이 안될 정도의 우울함이 다가오면 , 그제야 기분 전환할 방법을 찾는 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사람과의 만남'이다. 그러나 위에 설명했든 만남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즉 이 방법은 지쳐서 우울해지고 있는데, 그 기분을 풀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상황' 속에 스스로를 다시 몰아넣는 것과 같다. 그리고는 회복되지 않는 스스로를 보며 '나의 사회성'을 의심하고 실망한다. 그 실망감은 다시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들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우울해하면서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착실'하다. 지나치게 착실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서 우울해진 사람들은,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도 스스로를 탓한다.


만남이 불편하거나 만남 뒤에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내가 많이 지쳐있다는 의미다. 스스로에게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착실하고 성실한 많은 사람들이 만남이 불편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좀 더 밝게 그리고 가볍게 떠들게 된다. 그래서 주변에서 보는 나는 마냥 '밝고 편한' 사람으로 비친다. 그런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또다시 '노력'하고, 그런 노력은 결국 다시 나를 지치게 만든다.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내가 사회성이 없어서 사람들과 가볍게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너무 열심히 살아서, 쉬지 못하고 노력해와서,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에너지'조차 다 써버린 것뿐이다. 즐거웠던 사람들과의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외롭다고 느껴질 때는 나를 한번 돌아보자. 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 나를 즐겁게 만들고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조금 쉬고 어느 정도 나를 추스르게 되면,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 다시 즐겁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회성이 좀 부족하다 하더라도 뭐 어때. 나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오고 있고 열심히 노력해 오고 있는 걸.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도 조금 여유를 두고 지켜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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