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상)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책할 때.

by For reira

알람 소리에 정신없이 눈을 떴다. 멍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문득문득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지운다.


거리를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해야 할 일들이 떠나지 않는다. 퇴근을 하는 그 순간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끝이 없다.


퇴근길. 피곤함에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온다. 문득 '오늘 저녁은 조금 쉴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생각은 집에서 해야 할 일들로 금세 사라진다.


- 남들은 다하는데. 나보다 더 많이 노력할 텐데.


지치고 피곤해하는 내가 너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퇴근을 해도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은 느낌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더 빡빡한 스케줄을 멋지게 소화해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나는 별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지쳐하는 걸까.


한 것도 없는데 어느새 주말이 다가왔다. 왠지 조금이라도 쉬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영화를 켰다. 별 내용 없는 시시한 코미디였는데 왠지 문득문득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 이유 없이 울지 마.


영화가 끝나고 시계를 보자 문득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괜찮은지 또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 앞을 보고 달리지 않으면 도태되는 건 순식간이니까.

- 적어도 지금은 나에게는 우울해할 시간도 잠시 숨을 돌릴 시간도 없다. 나는 아직 이룬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 이때까지 이룬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 이렇게 노는 시간이 많으니까 이뤄놓은 게 없지.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게으른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또다시 마음이 괴로워진다.


- 뭘 잘했다고 괴로워할까. 난 왜 이렇게 나약하지.


그렇게 정신없이 살던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맥주를 한잔 마셨다.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나에게 친구가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무엇인가 많이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내가 너무 게을러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처럼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아. 너무 바쁘잖아. 쉴 시간은 있는 거야?"


'나는 지금 쉬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을 삼키면서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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