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 들여다보기.
오늘도 별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서둘러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미어터지는 지하철에 끼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멍하게 서있었다. 이리저리 치여도 왠지 머릿속은 텅 빈 느낌이다. 텅 빈 머릿속에 문득 헤어진 연인이 떠오르지만,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진다. 마음 아플 시간도 없이.
회사에서 별것 아닌 일로 상사에게 혼이나도, 직장 동료들의 끝없는 험담과 자랑을 들을 때도 방긋 웃는 얼굴로 그저 멍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
하루가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면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별다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눈물이 고인다. 고개를 저으며 멍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한다.
오랜만에 만난 나의 오래된 친구들은 나의 얼굴 보며 정신없는 인사를 내뱉는다. 나 역시 반갑게 인사하며 서둘러 자리에 앉는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편하다. 지나칠 정도로 즐거운 이야기들 속에서 문득문득 멍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나의 얼굴은 하염없이 웃고 있다. 정신없는 와중에 문득 나의 얼굴을 지켜보는 한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왠지 머쓱하고 민망한 기분에 더 활짝 웃어 보인다.
이런저런 수다 속에서 웃고 떠드는 중에 문득 한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묻는다.
"너 괜찮아?"
"응. 당연하지. 왜?"
친구의 질문이 왠지 가슴을 콕콕 찌르지만 웃으면서 대답한다.
"너 왠지 좀 지쳐 보이는데. 정말 괜찮은 거야? "
또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의 얼굴을 걱정스레 살피는 친구의 시선이 왠지 무겁게 느껴져서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돌아본다.
-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긴 했지만 처음 겪는 이별도 아니고, 직장에서 사람에게 치이기도 하고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건 어느 직장인이나 마찬가지일 테고.
- 피곤하고 쉬고 싶은 것도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것 같고.
- 이유 없이 가끔 눈물이 날 것 같은 것 빼고는 특별할 것이 없는 것 같은데.
- 아니 이유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은 건 그냥 그날 좀 감정적인 느낌이 들어서 일뿐 그것도 특별하지는 않은데.
- 하나하나 돌아보면 별다른 것 없는 평범한 나일뿐.
"나 진짜 괜찮아."
웃으면서 안심시키는 나의 목소리를 따라 친구가 약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어느덧 다시 정신없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다른 화제로 깔깔 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친구를 걱정시킨 것 같은 미안한 마음과 알 수 없는 복잡한 기분 사이에서 사르륵 마음이 아려왔다.
만남을 끝내고 가게를 나와 서로 인사를 하는 와중에 아까 그 친구가 내 등을 툭 쳤다.
"무슨 일 있거나 기분 안 좋으면 전화해. 아무 때나 괜찮으니까."
조용하고 나지막이 이야기를 던진 그 친구는 스르륵 지하철 역으로 사라져 갔다.
내 등을 툭 치던 친구의 손끝이 나의 마음 끝에 와 닿는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눈물을 참으며 발걸음을 돌린다.
- 나 괜찮은 거 같은데.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 나.. 정말 괜찮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