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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피형아 Apr 16. 2021

#18. 신화의 전진과 미니 팬미팅

18화 신화의 전진과 미니 팬미팅



열일곱 소년은 어떻게 권력을 쥐게 되었는가? (원제)



이전 이야기들을 먼저 보시면 새천년 감성을 더욱 즐길 수 있읍니다.



https://brunch.co.kr/@forsea5999/17

17화 <S.E.S. 숙소 앞 바다 누나의 추억>



https://brunch.co.kr/@forsea5999/1

1화 <1997년 11월 28일>






18화.



언제였더라? 여전히 무더웠던 2001년의 어느 여름날, 여러 가수들과 활동이 겹치면서 그 가수들의 실물 보는 재미도 참 쏠쏠했고 그 가수들의 팬클럽 보는 재미도 꽤나 컸던 그때였다. 언젠가 한 번은 그룹 D.BACE(디베이스)의 무대를 보게 되었는데 신화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모든 것을 너에게'라는 D.BACE(디베이스)의 데뷔곡이자 타이틀곡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다섯 명의 멤버들 역시 각자의 개성이 굉장히 뚜렷했던 기억이 난다. '듀스'의 이현도가 만든 그룹이라고 해서 데뷔했을 때부터 좀 유명세를 타기도 했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랩이면 랩, 각자의 개성이 워낙 뚜렷한 전혀 새로운 남자 그룹의 등장이었는데 포스부터가 남달랐다. 누나들과 활동이 겹쳐서 자주 본 가수 중 하나였고 재밌던 것,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 건 D.BACE(디베이스)의 팬클럽. 즉, D.BACE의 팬들이 꽤나 많았다는 것이다. 풍선 색깔이 은색이었나? 원타임(1TYM)처럼 수건이었나? 응원하는 도구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쨌든 공방(공개방송)을 직접 뛰는 현장 팬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 그 노래는 지금 2021년에도 내가 종종 듣는 노래 중 한 곡이다.


2001년 디베이스

내 기억으로는 직접 공방을 뛰는 현장 팬들도 많았고 데뷔곡이자 타이틀곡이었던 '모든 것을 너에게'라는 곡 역시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은데 2집? 2집을 끝으로 멤버들이 하나둘씩 탈퇴하면서 점점 활동이 적어진 것으로 안다. 그리고 같은 해 가을쯤, 데뷔곡이자 타이틀곡 '그림자'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케이팝' 역시 기억에 많이 남는다. 'D.BACE(디베이스)'는 이현도가, '케이팝'은 주영훈이 제작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는데 '디베이스'도 많은 인기가 있었지만 '케이팝'의 인기가 정말 많았었다. 솔직히 너무 놀라웠을 정도의 인기였기 때문. 사실 뭐 '디베이스'를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신인인데 신인같지 않던 그 포스가 이미 묻어나 있었고 다섯 멤버들의 개성이 워낙 뚜렷했으며, 이현도가 제작을 해서 그런지 여느 아이돌 그룹이 가진 이미지하고는 많이 달랐던 게 사실이다. 음, 지누션 + 원타임 + 몇몇의 아이돌 = 'D.BACE(디베이스)' 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어쨌든 '디베이스'는 '디베이스', '케이팝'은 또 그동안 등장한 남자 아이돌이 가진 이미지와 비슷하면서도 신선했다.


2001년 케이팝

S.E.S.가, 즉 내가 미칠 정도로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우리 누나들의 4.5집인 '꿈을 모아서'의 활동 역시 가을이 지날 때까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참 '케이팝콘'(케이팝 공식 팬클럽 이름)의 화력이라고 할까? 위력? 공방(공개방송)을 직접 뛰는 '케이팝'의 팬클럽 '케이팝콘'의 그 현장 숫자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을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었다. 아니, 이제 막 데뷔한 남자 아이돌 그룹인데? 지금도 뭐 그렇지만 2001년, 새천년 때의 가요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하나의 방법은 대형 기획사에서 나온 신인이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뭐 그 당시에 SM 모든 가수들의 타이틀곡을 만들며 유명세를 탔던 '유영진' 만큼이나 '주영훈' 역시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 작곡가, 세 손가락 안에 들만한 작곡가여서 그랬는지 '케이팝'이 데뷔하자마자 여느 대형 기획사에서 나온 보이 그룹을 능가할 정도의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만들기만 하면 1위를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작곡가 '주영훈'이 처음으로 제작한 아이돌 그룹이었기 때문에 '케이팝'의 데뷔곡 또한 어디 가서 절대로 꿇리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데뷔곡이자 타이틀곡이었던 '그림자'는 역시나 내가 지금도 종종 듣는 새천년의 노래 중 하나다.


SBS 공개홀 앞은 항상 북적거렸다

언젠가 한번 인기가요를 뛰기 위해 우리 <요정 베이커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발산에 있는 SBS 공개홀로 아침부터 출근(?)을 했다. 생방송 인기가요가 그 당시 오후 4시쯤? 그 쯤 시작이었는데 덕질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특히나 덕질을 신나게 해 본 사람이라면? 아침 일찍부터 함께 팬질을 하는, 함께 덕질을 하는 같은 팬 친구들과 만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덕질의 국룰이다. 티켓 배부가 12시부터라고 해도 오전 10시엔 공개홀 앞에서 만나야만 하는 것이 덕후의 세계에 있어 국룰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SBS 공개홀 앞은 여러 가수들의 팬클럽으로 가득했고 그중 나의 눈에, 우리 <요정 베이커리>의 눈에 확 들어왔던 것은 바로 '케이팝'의 팬클럽 '케이팝콘'의 규모였다. 이제 막 데뷔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현장에 200~300명이 넘는 팬들이 올 수 있다는 말인가? 200~300명이면 적은 숫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 반대다. 그것도 이제 막 데뷔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에서. 스케줄 하나당 그 현장에 팬들이 300명이 온다는 건 굉장히 규모가 큰 팬클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뭐 그 당시에 '케이팝'의 모든 멤버들도 인기가 많았고 특히 멤버 중 '유빈'은 <무한도전>의 원조 인기를 가지고 있던 <목표 달성 토요일>의 '동고동락'이라는 코너에서 고정으로 출연을 하며 더 큰 인기를 얻었던 게 사실이니까. 그것 말고도 '우현'의 인기 역시 상당했고 보컬이었던 '영원'의 인기도 어마어마했던 게 사실이다.


2001년 신화 4집

신화의 4집 활동과 겹쳤던 2001년의 어느 여름날, KBS 뮤직뱅크가 있던 날이다. 지금과 다르게 새천년의 뮤직뱅크는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시작이었다. 요즘의 덕질은 뮤직뱅크가 있는 날이면 주차장 한쪽까지 팬들이 아예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 본인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출근길, 퇴근길이라는 전혀 새로운 룰을 만들어 주었는데 우리가 덕질을 하던 세기말, 새천년 때의 뮤직뱅크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가끔 KBS 앞에 있던 '훼미리마트' 편의점을 직접 찾는 가수들을 신기한 눈으로 보는 것이 지금으로 따지면 그 당시 가수들의 중간 출근길이었다. 뮤직뱅크가 끝난 밤 9시, 여느 때와 똑같이 우리 <요정 베이커리>는 누나들의 '꿈을 모아서' 무대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뒤였고 마침 그날은 신화도 같은 스케줄이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여느 때처럼 공개홀을 나와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갈 준비 중이었다. 여의도역 3번 출구로 가기 위해서는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야만 했으니까. 10~20명이던 우리 <요정 베이커리> 옆에는 주황색 응원봉을 든 신화의 팬클럽 신화창조도 같이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막 신화의 검은색 벤(어렴풋한데 검은색이 아니었나 싶다)이 천천히 우리의 뒤로 오고 있었던 것. 우리의 주변에는 신화창조가 꽤 많았기 때문에 그 벤이 신화의 벤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주변의 모든 신화창조가 소리를 질렀으니까. 아직도 생생하다. 벤 조수석이었나? 신화의 진이형(전진)이 마이크(지금은 모르겠는데 그때는 가수들의 벤마다 외부로 송출되는 마이크가 있었다)로 아주 근엄하게(?) 입을 열었던 것.



"신화창조, 신화창조. 집에 얼른 가"


마치 즐기는 듯했다. 지금도 신화와 신화창조의 일화가 인터넷에 유명한데 그때부터 남달랐던 것 같다. 진이 형의 근엄하면서도 나지막한 그 목소리에 인도를 걷던 수많은 신화창조는 소리를 질러댔고 그 모습에 우리 <요정 베이커리> 중 '샤샤성희'였나? '수영유괴범'? 아마 둘 중 하나였을 것 같은데...


"형! 저희는 S.E.S. 예요!"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마 아주 잘 들었을 것이다. 그 두 사람의 목소리가 워낙 쩌렁쩌렁했기 때문에) 진이 형이 곧바로 마이크를 들어 역시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S.E.S."


나의 경험 중, 우리의 경험 중에서도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진이 형은 다시 한번 근엄하면서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S.E.S. 짱! S.E.S. 짱! 공부 열심히 하세요"


그날 밤은 본의 아니게 신화와의 미니 팬미팅을 연상케 한 밤이었다. 비록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마치 전화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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