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봄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을 나무는 안다. 겨우내 준비를 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새순을 밀어 올린다.
봄과 함께 시작되는 새 학기는 설렌다.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은 봄을 닮았다.
새 학년을 맞이하며 마음을 다지는 것이 올해로 벌써 15년째다.
봄바람이 불면 내 안에서 새순처럼 돋아나는 무언가가 있어서 한 해를 풍성하게 보낼 힘을 보태준다.
그리고 연말이 다가오면 쑤욱 자란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한 해의 결실을 본다.
때로 그 결실은 단단한 사과 한 알을 손에 쥐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작년에 우리 반을 떠나며 제자가 건네준 편지다.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걸 가르쳐 주시고 깨달음과 수많은 지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가 소망반 3학년 개학날 같은데, 벌써 믿음반이면 어떡해요? 저는 무너져 내린 무역 센터 같습니다. 너무… 슬퍼요. 앨리스처럼 눈물이 천지를 꽉 채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모두 산소 탱크를 메고 허우적거리겠죠. 히히, 아니! 지금 웃을 때가 아니구나. 선생님 덕에 공중의 깃털처럼 날아다니던 저의 상상력을 글쓰기에 쓸어 담을 수 있었어요. 모든 점수를 F 받아서 1년 더 할까도 고민했는데, 접었어요. 비유적으로 말하면, 벌레가 되어 애벌레에서 번데기 상태로 되는 것 같아요. 중학생부턴 나비죠, 히히. 내년에는 더 아이들이 올라오니까 선생님이 힘드실 것 같은데….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감사하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내 인생 최고의 선생님께.
새집
새집을 새로 지었더니
박새, 꾀꼬리, 참새, 비둘기가
날아든다.
새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마치 선생님을 향한
내 마음처럼.
같은 제자가 쓴 동시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짝이고 글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기에
내 수업을 좋아하고 잘 따라와 주었다.
내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라니, 정말 과분한 찬사를 들었다. 괜히 속으로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어린 제자의 편지 한 장에 힘을 얻는다.
부족하지만 올해도 열심히 새순을 내밀고 잎을, 꽃을 피워야겠다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