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의 한살이 - 3학년 과학
3학년 과학 교과 과정에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내용이 나온다.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키우려고 배추흰나비 한살이를 관찰할 수 있는 세트를 주문했다.
정말 뭐든 주문하면 오는 놀라운 세상이다.
배추흰나비 알이 붙은 케일 화분을 주문했는데, 보너스로 번데기 네 마리도 함께 왔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일주일을 기다렸더니 알에서는 애벌레가 깨어났고, 번데기에서는 나비가 나왔다.
첫 번데기가 나비가 되어 나올 때, 우리는 모두 기뻐했다. 하지만 그 나비는 번데기를 다 벗지 못하고 반쯤만 빠져나온 채 탈피를 멈추었다.
그 상태로 하루 종일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번데기를 벗는 것을 도와주었지만 나비의 날개는 이미 접힌 채 말라버린 상태였다.
나비는 날지 못하고 기어 다니기만 했다.
다음 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번데기가 무사히 나비로 탈바꿈했다.
날개를 멋지게 펼쳐서 말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나비의 눈과 도르르 말린 입까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나비를 데리고 뒷동산으로 가서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곳에 날려주었다.
모두 아쉬운 마음으로 나비에게 인사를 했다.
나비야, 잘 가!
안타깝게도 네 번째 번데기는 그냥 번데기로 계속 있다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아이들은 번데기를 묻어주고 십자가도 만들어 주었다.
네 마리의 번데기가 참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여주었다.
나는 첫 번째 나비가 너무 안쓰러웠다. 좀 더 일찍 도와줄 걸 그랬나?
하지만 나비가 번데기에서 나올 때 외부에서 도움을 주어서는 안 된다.
찰스 코언이라는 생물학자가 이미 그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코언은 번데기가 나비로 변태 하는 과정에서 나비가 구멍을 비집고 나오는 모습이 안타까워 번데기의 구멍을 잘라서 넓혀주었다.
그런데 너무 쉽게 세상으로 나온 나비는 날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져서 힘없이 뒹굴었다.
나비가 고치의 작은 구멍을 애써 빠져나오는 동안 몸에서 액체가 나와 날개를 적시고, 그러면서 단련된 날개가 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내력이 길러지는 것은
세상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진리인가 보다.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애벌레들이 케일 잎을 먹어치우고 있다.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오면 애벌레에게 달려가는 아이들.
애벌레에게 먹이겠다고 챙겨 온 채소를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는 작은 손들이 기특하다.
애벌레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건강하고 예쁜 나비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