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시간과 장소
우리의 표정과 행동과 대화들을 적는다.
우리가 나눈 모든 것을 섬세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그의 곁의 사람들과 제주에 가기로 했다.
4일을 가득 채웠고
함께한 날의 기록은 20 롤의 필름이 대신해 준다.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태도, 우리의 공통점이다.
우린 필름을 감는다.
필름 한 칸씩 촘촘하게 기록된 조각들에
그 기억들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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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눈 체온으로 시작하여
해안가를 따라 산책을 한다.
바다에 닿아 바다 곁을 다시 걷다
검은 현무암 위를 건너기도
얕은 물가의 모래를 바라보기도
숲을 찾아가고 그 여름을 맡고
흐르는 땀 위로 서로를 안는다.
모든 기억이
그리고 모든 기록이
눈이 부시어 아른할 정도로 찬란하고 화려하다.
마음과 시선이 빠져들어 들뜬상태이다.
황홀한 제주,
우리의 황홀.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나지 못한 날이 열흘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