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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Jul 30. 2020

플랫폼 노동자의 성공은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

Upwork 1년 후기

작년 7월 업워크를 시작했다.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 몇 개를 둘러본 후 내가 하는 일 관련해서는 업워크가 제일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top rated' 뱃지도 받았다. Top rated는 $1,000이상, success rate이 높은 프리랜서에게 업워크가 인증개념으로 주는 것인데 받기에 어렵지는 않다. $1,000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웬만하면 다 받는 듯. 다만 top rated를 받으려면 프로필을 엄청 자세하게, 업워크에서 하라는 것은 다 해야한다. Top rated 받으면 프로젝트 따기가 더 쉬워지나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냥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정도가 아닐런지.....


아무튼 1년간 업워크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업워크로 돈벌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 특히나 직장에서 받는 연봉을 기대한다는 건 언감생신. IT 개발자라면 다를 수 있다. 잡 포스팅이 다른 업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굳이 로컬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라 영어만 좀 한다면 프로젝트 따기도 어렵지 않을 듯 하다.


스펙이 아주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기본적으로 꼭 한국인이어야 하는 일이 많지 않다. 일의 대부분은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번역이다. 이전에 얘기했듯이 번역일 대부분이 단어당 $0.01이다. 웬만한 영어실력을 가진 사람도 한 시간에 만원 벌기 힘들다. 그 다음으로 많은 일이 디지털 마케팅이다. 아무래도 소셜을 통한 마케팅이 대세다 보니 디지털 마케팅 부분은 수요가 좀 있다. 그래도 시간당 $20정도. 중간급 정도의 경력자를 찾기에 시간당 페이가 높지 않다. K-Pop이 인기라서 그런지 유투브에 자막이나 보이스 레코딩 관련 수요도 좀 있다. 하지만 이쪽도 페이가 번역만큼 낮다. 한국인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은데 경쟁은 쎄다. 번역의 경우 페이도 낮은데 프로포절 수를 보면 20개가 넘는 경우도 많다. 업워크에 등록된 한국인 프리랜서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 따라서 프리랜서 구하는게 어렵지 않으니 페이가 낮을 수 밖에. 똑같은 번역이지만 영어를 유럽어로 번역하는 페이는 한국어의 열배 정도인 단어당 $0.1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과 관련된 페이는 정말 낮다.


업워크는 자사 사이트에 $100,000이상의 고소득자를 홍보용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 미국 프리랜서다. 한국인의 경우 3-4년전부터 시작한 번역가들 중 U$100K 넘는 사람도 있던데 3년 이상의 시간을 전업으로 했다고 생각하면 많다고 볼 수 없다. 그나마 이것도 3-4년 전에는 한국인 프리랜서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서 당시 단가가 더 높았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여기에 일찍 시작한 사람은 히스토리가 있어 프로젝트에 고용될 확률도 더 높기에 새로 시작하는 사람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


그래도 생각이 있다면 업워크를 한번쯤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도 곧 미국처럼 프리랜서 시장이 커질 것 같으니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리고 회사에서 월급 받는 생활이 프리랜서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으니 회사를 좀 더 만족하면서 다닐 수도 있으리라.


아무튼 업워크를 통해 맛본 프리랜서 시장을 정리하자면 크게 3가지다. 첫째, 일할 기회가 잘 없거니와 있어도 임금이 매우 낮다는 것. 둘째, 여기도 선점효과가 있어 시장을 먼저 선점한 사람이 그나마 조금 더 우위에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엘리트이지 않은 다음에야 고만고만한 사람끼리 최저가 입찰 경쟁을 한다는 것.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질텐데 개인 노동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다. 흔한 말로 죽도록 자기계발일까? 아니면 끝까지 조직에 남아 있는 것일까? 무엇이 됐든 프리랜서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것은 노동자에게 좋은 상황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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