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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Aug 05. 2019

인간적 죽음을 위하여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_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가르침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가진 의사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그리고 현대 의학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생명 연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현대의학이 그 가치를 위해 삶의 질을 외면해 왔다는 것.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간다는 저자는 인간답게 죽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다면 저자 닥터 놀랜드가 생각하는 인간답게 죽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핸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 등 기존의 의사가 쓴 책들과 “인간적인 삶의 마무리”라는 주제는 같으나 주제를 풀어가는 형식은 다르다. 기존의 책들이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 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반면 이 책은 죽음의 주요 원인(심장 질환, 노환, 알츠하이머, 사고, 에이즈, 그리고 암질환)에 대한 소개와 그 질환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 및 어떻게 신체가 반응하여 죽음에 이르는가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담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단어와 내용들이라 쉽게 읽히진 않는다. 그러나 이 부분을 참는다면 깊이 있는 주제에 한발 다가갈 수 있다. 저자는 의학적 설명 이외 원인별 죽음의 사례들을 곁들이며 존엄적 죽음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준다. 그리고 존엄적 죽음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주장한다. 죽음은 어차피 자연의 일부로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것을 거부하는 것은 자연에 역행하는 것이라 한다.


“자연은 인간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이 세상이 계속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죽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길을 뚫어주기 위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 생물들은 단지 우리를 위해 죽어갔던 것이다. 우리 역시 다른 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죽어야 한다. 자연의 평형속에서 이루어진 한 개인의 죽음은 그 개인에게는 비극일지 모르나 계속 살아 숨쉬는 모든 개체의 승리로 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죽음을 애써 거부하며 생명을 연장하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아름다운 마무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는 환자의 마무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의학 예술’은 죽음의 과정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의술은 ‘구조’ 혹은 ‘정복’이라는 의미로 대치되어 구조 가능한 환자는 건져내고 불가능할 때는 가차 없이 유기해버리는 것으로 변질됐다. 그러기에 말기 암환자등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의사는 끊임없이 확률을 거론하고 다른 치료를 권함으로써 아름답게 마무리할 기회를 빼앗는다.


존엄적 죽음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인간은 어차피 죽을 것이기에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결정권을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안되며 죽음으로 가는 길에 결정해야 할 많은 사항을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이 결정을 내리되 객관적 사고와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학적 충고를 받으며 싸워야 할 시간과 멈춰야 할 시간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그렇지 못하면 최대한 비슷한 죽음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임종시 존엄성은 반드시 우리가 살아온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즉,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충실히 사는데서 시작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저자는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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