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화 Aug 03. 2019

소리없이 통화합니다

- 영상통화를 제대로 사용한 이야기

지하철이나 카페 등에서 영상통화를 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열에 아홉은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한다. 동영상이나 음악, 게임 소리에 이어 이제는 별 관심도 없는 타인의 별 것도 없는 통화 내용까지 강제로 들어야 한다. 이럴때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더 고급스러운 카페를 이용할 수 없는 나를 탓하게 된다. 스마트폰 스피커 소리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이제는 돈이 필요한가보다.


그런데 오늘 이어폰을 끼지 않고도 무리없이 영상통화를 하는 사람을 봤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내 옆에 앉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여자가 갑자기 스마트폰을 무릎에 올려놓더니 영상통화를 켠다. 언뜻 화면을 보니 여자와 또래인 듯한 남자가 보인다. 이어폰을 꽂지 않는 것을 보니 또 스피커 폰이겠다 싶어 한숨이 나오려는 순간 여자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화면 속 남자의 손도 같이 움직인다.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그들의 손이 계속 움직인다. 아... 수화구나. 화면 속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열심히 소리 없는 대화를 한다. 영상통화가 아니었다면 오직 텍스트로 밖에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그들의 대화가 얼굴 표정까지 주고받으며 훨씬 생생하고 풍요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영상통화를 하던 그들에게 음성만을 전달하던 전화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텍스트를 전달할 수 있던 전화는? 그리고 영상통화 기능이 되는 현재의 스마트폰은 또 어떤 의미일까? 영상통화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를 위해 이 서비스를 개발했을까? 이 기능으로 인해 음성대화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진정한 핸드폰을 갖게 됐다는 것을, 그들도 언제 어디서나 통화하고 싶은 사람과 통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영상통화를 서비스하는 통신사를, 기능을 넣은 스마트폰 제조사를 이 순간만은 칭찬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영상통화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


덧붙임) 핸드폰 개발자분들, 공공장소에서 이어폰 없이는 동영상/음악/음성 등이 작동 안되게 할 수 없나요?영상통화 사용법




작가의 이전글 유혹으로 삶의 여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