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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Jun 13. 2024

정전(停電)의 상태

여름을 맞이한 이스탄불

 "엄마, 오늘 power cut이 두 번 있었어. 엄마도 그랬어?"


 아들은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내게 정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말은 한국말답게 하라는 잔소리를 넣어 내게도 정전이 두 번  있었다고 대답했다.

 곧 아들의 학교는 두 달 반의 방학에 돌입한다. 이스탄불의 여름은 그래서 유달리 길다. 현지 학교 중 일부는 벌써 방학이 시작되었는지 시떼의 튀르키예 어린이가 낮 시간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인다. 바야흐로 엄마가 백수가 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

 아들의 방학 전에 할 일이라며, 이것저것을 하는데 글쓰기도 그중 하나다. 다른 일로 글은 계속 쓰고 있는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지 않으니, 글 쓰라는 알람이 나의 멈춤을 이야기한다.


 '글쓰기는 근육과 같으니, '

 알림을 읽은 나는 대답한다.


 "에잇, 난 그냥 그 근육 없으련다."


 바야흐로, 정전의 상태다.


 이스탄불에 살곤 나는 정전에 익숙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기가 끊기는 일이다. 갑자기 풍 소리를 내며 모든 전기제품 및 불이 꺼진다. 집에 있다면 건물의 자체 발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 문제를 곧  해결하지만 집 밖에 있으면 지금 글을 적는 순간처럼 어둠 속의 커피숍에 앉아 글을 적게 된다.

해결책이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려야 한다. 태평스레 앉아 휴대폰을 보는 게 낫다.


 이 상태에 익숙하니, 그건 내가 어느새 이스탄불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다. 정전으로 깜깜한 커피숍에서 평온하게 앉아있으니 내가 여기 사람들이 안 쓰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다들 이 동네 사람인 걸 안다. 한국이라면 깜짝 놀랄 일을 아무렇지 않게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하던 일을 한다. 그래도 커피를 주문하고 앉은 뒤에 불이 꺼져서 다행이라는 괴상한 위로도 해본다.


 나도 이리 모든 일에 심드렁해지는데, 전기라고 매일 격렬하게 일할 수 있겠는가.

 한참을 어둠에 앉아있다 띡띡 소리를 내며 불이 하나씩 켜졌다. 에어컨 곰팡이 냄새가 쓰윽 나며 기계음이 울린다. 이런 소리가, 이런 냄새가 평소에 계속 났었구나. 난 이 많은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면서도 잘 있었나 보다. 여러 개의 소리와 냄새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꺼졌다 커지니 그제야 주변의 모든 것을 알아챘다.


 한국을 떠나야, 이스탄불을 떠나야 나는 오늘을 또  알아채겠지. 더운 여름 햇살에도 마스크를 여며본다.


 정전이다.


 정전된 이곳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에어컨 꺼져도 생각보다 시원하네. 여름이 왔다.

 여름, 가끔 이스탄불에 정전이 올 시간이다.




 연재를 열심히 하지 않아 구독자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표합니다. 제가 지금 저기 동물 친구들과 같은 상태라, 아하하.

 아들 방학도 시작되고 ( 게으름의 핑계를 구구절절 또 적어봅니다.) 불규칙하게 연재하겠습니다. 아하하. 부족한 글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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