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아, 오늘은 너희들이 너무 잘해서 원래는 25쪽까지 수업해야 하는데, 23쪽까지만 한다.
이것만 풀고 휴식이다!"
"야호!"
학교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가끔 이런 거짓말을 자주 했습니다. 본래 오늘 수업 계획이 교과서 23쪽까지 하고 연습문제 5개를 스스로 풀기였지만,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너무 잘해서'라는 말을 넣어 원래 해야 할 분량을 줄인 듯 말하고 수업을 즐겁게 마치는 것입니다.
가끔 수업 중간 즈음,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럼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제 이 몇 마디에, 즐겁게 연습문제를 스스로 풀고 수업 종료종을 치기 전 겨우 2분가량만을 쉬었거만 평소보다 상당히 뿌듯해하고 행복해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너희들 너무 잘한다.' 몇 마디를 더한 것뿐입니다. 평소와 똑같은 녀석들에게 칭찬을 날립니다. 똘똘한 녀석들은 저의 몇 번의 착한 거짓말 후, 그 의도를 알아채고 수업을 마치고 넌지시 원래 이만큼 하시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시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아하하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는 이렇게 같은 일을 똑같이 하면서도 제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듣고 다르게 행동하는 존재입니다. 완벽한 객관은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보다 주관적인 존재입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듯. 어쩌면 제 마음이 어떠한 상태냐에 따라 같은 말도 나의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지금의 이스탄불이 3년 전과는 참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제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면 그 사건의 가치판단 없이 '그렇구나. 고생했네. 네가 힘이 들었겠다.'로 대답해 주면 끝날 일이 참 많았습니다. 교사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제가 할 일은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해는 참 다행이고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제 글의 대부분은 이렇게 제 의도와 달리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일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글쓰기 또는 교육 분야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스탄불 살이의 글을 쓰는 일이 길어지고 아이 학교에서 PTA로서 일을 하면서, 누군가가 제게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 줄도 모르고 대답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 일의 무게감이 얼마나 큰 지,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알 때 생기는 오해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한 것을 전혀 알지 못할 때의 일입니다.
제 글쓰기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유명해지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모두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이 사이트에 글을 썼지만 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 글쓰기라는 행동은 적절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만약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의도면 학원을 차리거나 과외를 하는 게 낫습니다. 또는 유명해지려면 긴글을 쓰는 것보다 구독자를 빨리 늘리는데 집중하거나 또는 유입층이 다양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설사 지금까지 쓴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한다고 해서 큰돈을 버는 세월은 지났습니다. 요즘 인터넷 세상에 재밌고 유용한 게 얼마나 많습니까. 현재 출판계에서 제 책을 제 돈을 사서 주고 읽을 사람은 저 조회수만큼 될까요?
저 글 하나에 2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면서 가끔 생각합니다. 저 글을 읽은 사람 중, 과연 몇 명이 꾸준히 제 글을 읽을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많은 조회수가 그 높은 숫자가 큰 의미가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대답입니다.
그럼에도 제게 글을 쓰는 이유는 수업시간에 제가 아이들에게 하던 거짓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수업내용은 교사가 설명하지만 결국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 풀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가끔 힘이 들 때 나와 비슷했던 나와 같은 상황에 있던 한 사람이 지금의 나와 같은 감정이었구나를 느끼게 하는 일뿐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고민은 잠시 지나가는 것이고 저 사람도 잘 지나갔는데 나 또한 잘 해낼 것이라는 응원, 그 용기만 줄 수 있습니다.
교사이건 엄마이건 어른인 사람이 나의 급한 마음으로 아이의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 없듯이, 제 글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지는 그 아이의, 그 사람의 마음 문제입니다. 마치 유명한 작가가 고등학교 문학자습서에 실린 자신이 쓴 글의 주제와 감상을 보고 황당해했다는 것처럼, 해석은 모두 다르기에 그 또한 당신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당신의 처음 그 모든 것에 쉽게 다가가기를,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 글쓰기 의도와 달리 구독자도 작은 제가 어느 순간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가 된 것처럼, 삶은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잠시 연재를 멈추고 공부를 좀 하겠습니다. 열심히 할 수 있을지 아하하. 오래된 집이 또 고장이 많네요. 확실히 엄마는 백수가 아닙니다. 아하하. 그래도연재를 기다려주시고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주재원'으로 검색하셔서 오신 분들은 읽고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모든 글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 오늘도 참습니다. 아하하. 처음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지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