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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Apr 28. 2022

주재원 발령, 그때부터 뭐해야 해요?

이스탄불 주재원 살이 시작, 그 출발이 이렇게 힘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글은 이스탄불에 도착한 지, 3개월이 되기 전 한창 힘들 때 작성한 알레르기 가진 아이의 엄마가 남편의 주재원 발령 후, 혼자서 해외 살이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글에 다소 화가 있습니다.

 이제 이스탄불에서 회사의 주재원 아내들이 가끔 모입니다. 그렇게 모이면 가끔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주재원 아내들의 '라테는 말이야.' 입니다. 늘 떠오르는 것이 남편 없이 코로나 시국 해외 이사 고생담입니다. 코로나 시국에 떠났고, 그리고 코로나 시국에 유럽에 있던 모든 주재원들의 생활은 구슬프고 눈물 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가 참 화려합니다. 그래도 저 때는 아들과 제가 코로나 확진 전이었네요. 주재원 살이 조건이 회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남편의 주재원 살이 시작 후, 그가 회사의 유럽 법인에 속하면서 서류상으론 한국에선 실업자가 됩니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으시겠지만 국민연금 면제로 즉, 한국에 복귀하면 그동안의 국민연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도 직장가입자였다가 지역가입자로 바뀌게 됩니다. 직장이 있지만 서류상 한국에선 백수가 됩니다. 그 뒤처리를 발령과 함께 애 데리고 다 하고 가니 참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모든 이에게 처음은 가혹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글이 다소 우울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저처럼 주재원의 아내 생활을 처음 시작할 또 다른 이를 위해, 다소 푸념 같은 할 일 목록을 정리해서 적어봅니다.

 누군가의 시작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가족, 그리고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올해 초, 내가 이렇게 이스탄불에서 글을 적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만 이렇게 급박하게 떠나고 준비를 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신랑과 내가 아이를 데리고,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예방주사를 맞던 순간까지도 이렇게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출국이 미뤄질 거야. 그렇게 빨리 가진 않아. 내년 즈음, 내가 너 데리러 한국에 다시 올게."


역시, 거짓말이었다.

 그래, 그도 처음이니 주재원 생활의 시작을 뭘 알 턱이 없지. 게다가 코로나 시국, 그는 본래 있던 자리의 후임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몇 번의 회사 사람들과의 회식, 그리고 아이를 낳고는 처음 찍는 사진관에서의 가족사진을 끝으로 그는 혼자서 정신없이 한국을 떠났다. 그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한국에 돌아와 나와 아이를 챙겨갈 수 있을 거라고 믿은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본인의 여름옷만 들고 떠났으니 말이다. 그때가 7월 초 그리고 난 9월 초, 몸만 쏙 빠지고 사라진 남편 대신 해외이사를 준비해야 한다.


"야, 이 자식아!"


 사실 난 한국에 더 있고 싶었다. 아이의 알레르기로 학교라는 공간, 교육기관 이용이 아이가 다니고 있던 공립 유치원이 처음이었다. 누구는 로또에 걸렸다고 축하했고, 그동안 어린이집, 유치원을 못 보내고 가정보육을 지속해야만 했는지를 이야기하면, 나에게 아이의 유치원의 가치는 로또보다 더 한 것이었다.

이제 겨우 아이가 적응했는데 떠난다니, 정말. 난 이제 혼자 처음 앉았는데, 그렇다. 난 만 5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서 평일에 커피도 마셔보았다. 그렇다. 난 그동안 늘 아이와 세트였다. 남편이 와야 겨우 내 휴대폰도 봤던, 완벽한 6년 차 가정보육 엄마였다. 누구는 신기하게 봤고 누구는 애가 아프냐고 물어보는 세월을 지나고, 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처음을, 이스탄불에서 다시 시작한다.




 자, 남의 편이 가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해본다. 아하하하. 남의 편!


1. 이스탄불행 국제선 예약 및 국내선 이동 예약

 (저와 같이 지방에 사시는 경우 또는 아이가 어려서 한국에서 물건을 직접 많이 가져가야 할 경우 또는 자녀가 두 명 이상이라면, 수화물 제한이 없으며 해당 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콜밴' 예약을 추천합니다.)

2. 해외이사 업체와 소통

3. 현재 집 세입자 구하기 등 전세 계약 서류 정리

4. 주재원 기간 동안 필요한 음식 및 물건 사재기

(지금에 오니 더 사재기 안 한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이삿짐 싸는 그 순간까지도 물건을 사서 집 앞 마트에서 가져왔습니다. 튀르키예는 다른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한인마트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튀르키예는 유럽 최대 농업 생산국으로 GMO 기준이 까다로워서 공식적인 한국 식품에 대한 수입이 없습니다.)

4. 현재 집에 불필요한 것 버리고 정리하고 싶으시면(바쁘면 포기)

(한국과 달리 시떼(아파트)의 청소를 담당하시는 분이 문 앞의 쓰레기봉투를 직접 수거해서 정리해주십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이 없다면 다 싸들고 오셔도 무방합니다. 한국보다 쓰레기 버리기는 훨씬 편합니다.)

5. 남편 없이 고독 육아

 (모두 힘내세요! 아이와 놀기, 씻기기, 밥 먹기, 공부시키기, 잠재우기, 같이 책 읽기, 그림 그려주기)




6. 부동산 관련 가계약 및 본계약하기

7. 해외 이사 업체와 조율

 (선박을 통해 보내기 때문에 계속 일정이 변경됩니다. 특히 코로나 시국이라 변동이 심했습니다.) 

8. 이삿짐 배로 보내고 난 뒤, 임시로 살 때 필요한 최소한의 짐 분류하고 이사 전 날까지 정리해놓기

 (이스탄불에 이삿짐이 오기 전까지 일상생활을 위해 짐 정리)

9. 냉장고 비우기

 (냉장고를 이삿날의 3일 전까지 완벽히 비워 말려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냉장고와 곰팡이를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10. 보험 정리 및 보험사 등에 전화, 문의하기

11. 은행을 방문하여 관련 계좌이체 한도 등 금융 관련 부분 정리

12. 이동 통신사 정리(한국 통신사 중 알뜰폰 가입을 추천)

13. 튀르키예 통신사에서 개통할 또 다른 휴대폰 구매

 (한국에 비해 튀르키예는 통신비가 저렴합니다. 대부분 주재원들은 듀얼 유심 폰을 쓰거나 각종 한국 사이트의 본인 인증을 위한 한국 통신사 휴대폰과 튀르키예에서 생활을 위한 튀르키예 통신사 휴대폰 총 2개를 사용합니다.)

14. 아파트 관리실에 이사 관련 예약하기

15. IPTV 및 각종 계약 해제 및 위약금 없도록 정리하기

16. 동사무소에 해외 체류 신고하기

17. 전입신고(친정 또는 시댁, 우편물 주소 정리)




18. 드디어 해외 이사!

(이삿짐이 거의 다 싸지면 대형 컨테이너가 집 근처로 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알레르기와 코로나 시국이었기에 아이 물건은 따로 포장했으며, 이사해주시는 분들의 간식 구매 및 식사비 지출, 친정부모님 도움 요청)

19. 이삿짐 박스 수 점검 및 이삿짐 보험가입증서 정리 및 챙기기

(해외 이사는 이삿짐을 모두 포장하여 박스에 넣습니다. 간혹 세관에서 분실 또는 손상되는 경우가 있어, 보험사를 통해 물건에 대한 보험료를 청구할 경우가 있습니다. 서류는 늘 중요합니다.)




20. 이사 후 소량의 짐으로 아이랑 살아가기

21. 정수기 해체

22. 세탁기 등 가전제품 중고 매매상에게 팔기

(가전의 경우, 대다수가 빌트인이거나 한국의 세탁기 배수관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세탁기를 들고 셔도 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한국에서 팔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3. 도시가스 끊기

24. 타고 있던 자동차 판매 및 자동차 보험 정리

25. 아파트 관리비 정산

26. 아이 영유아 검진 및 비상 상비약 구매하기

(아이의 항생제의 경우에는 유럽에선 처방받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선 냉장 보관이 불필요한 가루 항생제를 처방하는 병원도 있으니 출발 전, 자주 가는 병원에서 아이의 가루 항생제 등을 문의하고 아이를 위한 상비약, 연고 등을 미리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27. 아이와 친정부모님과 함께 공항으로 이동하기

(이삿짐 오기 2달 동안 이스탄불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에 이민가방 2개, 캐리어 2개, 백팩 2개, 핸드캐리 가방 2개 이동해야 하므로 누구든 있어야 했습니다.)

28. 비행기 11시간 타고 아이랑 잘 오기

29. 이스탄불 공항에서 출입국심사를 거쳐 잘 입국하기

 (이스탄불 공항은 유럽의 허브공항으로 부를 만큼, 환승구역이 크고 공항이 새로 지어져 규모가 상당합니다. 어린 자녀와 단 둘이 이동하며 영어가 능숙하지 않고 해외 자유 여행 등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미리 출발 전 이스탄불 공항 입국 안내 영상을 보시고 이동하시길 바랍니다.(https://www.istairport.com/en))

30. 이스탄불 입국 후, 의료보험관리공단에 전화하여 의료보험료 지급 정지 신청하기




 한 일 다 못 적은 거 같다. 이걸 혼자서 하고 왔다. 와서도 그래도 할 일이 있어서 한국에 전화하기 위해 한참을 에잔 소리를 들으며 6시간 빠른 한국시각으로 깨야만 했다. 그리고 어느새 90일이 지난, 8월 말에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보낸 이삿짐이 12월이 되어서야 왔다. 무언가 늘 없이 지내는 생활에 지쳐가고 늘 남의 집에 와 있는 마음이 드는 시간을 지나서 얼마 후면 이제 2021년이 지난다. 올해는 내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꼭 10년 동안 있어야 할 일이 한 해 다 한 것 같다. 주재원 결정, 코로나 19 예방주사 후 부작용으로 두 달을 토하던 시간, 남편의 출국, 해외이사, 아이와의 출국 그리고 아이와의 단 둘의 첫 해외 비행까지 모두 지나갔다. 혼자서 떠났던 유럽 일주와는 그 시작부터  완전히 달랐다.


 비행 중, 코피를 쏟던 아이와 도착한 터키 땅 그리고 다 뒤집어진 알레르기 피부, 남편의 코로나 확진. 코로나 시국, 그렇게 아들과 나는 도착했고, 그는 우릴 맞이했다.


 뭐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린 모두 처음이니까 지금 이 순간도, 그저 매 순간의 최선일 뿐이다.




 

 덧붙임)

 지난 몇 개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아래의 조회수가 무색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습니다. 분명 무언가 설렘과 불안을 안고 검색창에서 주재원 생활을 검색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에게 처음이며 그 처음이 불안하기보단 행복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다시 고치고 고쳐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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