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이케# 배달 괴담

배달을 요청하기 위한 생존 터키어 - 요일,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 알기

by 미네

'오늘도 한 뭉치 이불 먼지와 함께 일어났다.'


아직 이스탄불에 한국에서 부친 이삿짐이 오지 않았던 작년 나의 일기의 시작은 이랬다. 이렇게 일 년을 살아보니 튀르키예의 삶에서 터키산이며 질 좋고 값싼 공산품은 찾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카르#, 미그로# 등 유럽을 대표하는 유명한 슈퍼마켓 체인이 많이 있지만, 실상 슈퍼마켓이나 쇼핑몰 안에 들어가 공산품인 물건을 고르다 보면 결국 내 손에 쥐어진 것은 터키산이 아니라 독일 등 유럽 다른 국가에서 만들어진 극히 비싼 수입산이다. 미국산도 여긴 더 비싼 편인데, 나이# 등의 스포츠 의류, 방수 기능을 가진 등산복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상당히 비싸다.


리라 폭락이 있던 시기에도 이러한 사실은 불변이었다. 해당 브랜드들은 빠르게 가격표 수정 작업을 시작했고, 거의 2주 안에 모든 수입품의 가격은 제자리를 찾았다. 빠르게 쇼핑몰로 가서 사재기를 한 사람을 제외하곤, 더 비싼 가격의 공산품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다소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콜롬비#'의 경우도 여기서는 눈 돌아갈 만큼 깜짝 놀랄 가격으로 나를 반겨준다. 우기에 이르니 올해 다시 겪을 튀르키예의 축축한 가을, 겨울 날씨를 생각할 때, 이 가격의 사악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주방그릇으로 '파샤 바흐#'라는 유명 브랜드가 있는데, 모양도 튀르키예의 느낌을 물씬 주고 상품의 질도 좋아 그릇을 사야 한다면 그곳에 가서 사는 편이다. 나머지 브랜드 '마담 코#'는 '파샤 바흐#'보다 저렴하고, 그릇은 그럭저럭 썼지만 이불과 요를 사 본 결과 빨래를 할 때마다 뭉치 실 먼지가 뒤엉켜 튀어나오니 이불이 점점 줄어들고 거 참, 다소 거친 말이 튀어나오는, 마음이 가난했던 나는 작년에 혼자서 벽을 보고 욕 좀 했다. 아하하하.



몇 년 뒤에 튀르키예를 떠날 때, 짐을 모두 한국으로 부치고 다시 한번 겪어내야 할 가난한 삶을 생각해서, 작년에 튀르키예에서 샀던 이불과 요는 결국 쓰레기통으로 가지 못하고 우리 집 장롱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올여름 한국행에서 질 좋은 국산 이불 한 채를 가방에 꾹꾹 넣어 고이고이 모셔왔다.


그런 생활에서 단비 같은 존재가 바로 '이케#'다.

북유럽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이 국제적인 브랜드는 튀르키예에도 상륙해있다. 예전 한국에 이케#가 처음 부산 지역에 개점했을 때, 대규모 인파가 몰려서 줄을 서서 입장했다고 들었는데, 여긴 그런 진 풍경은 없다. 그렇다고 튀르키예에서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케아 건물의 규모도 크고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다른 멋진 대형 쇼핑몰과 함께 하기 때문에 굳이 이케아를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붐비는 일은 없다.


이스탄불에 오면 쇼핑몰은 유명한 '졸루센터'만 있는 것이 아니며, 10분만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 정말 다양한 쇼핑몰이 한국보다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알레르기를 가진 엄마의 예민함이 아니면, 다양한 쇼핑몰 덕분에 이곳의 터키산 물건은 한국이나 다른 유럽보다 비교적 저렴하기에 신나는 쇼핑을 할 수 있다. 다만 품질을 보장하지 못한다. 아하하하.




다시 돌아가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의 이케#로 들어가 본다. '이케#'는 흔히 알 듯 창고형 쇼핑몰이며, 직접 쇼룸에서 물건을 체험해보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튀르키예의 공산품에 비해 그 질이 상당히 좋다. 하지만 당연히 가격은 터키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이곳의 제품을 가격 비교를 해보니, 비슷한 제품이 한국보다 저렴하게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의 최저임금이 낮은 탓인지, 배달료 및 조립을 위한 설치비도 한화 2만 원 정도이면 가능하니, 쇼룸에서 물건을 보고 해당 물건의 번호를 메모하곤 튀르키예 이케# 사이트에 가입해 배달과 조립을 모두 포함하여 구입하는 편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이케# 가구를 잘 구입했다. 이렇게 아름답게 끝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배달은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왜? 무슨 일이 있겠냐 하고 묻겠지만, 진짜 난관은 다른 곳에 있다. 첫 번째 단계인 인터넷 주문은 가끔 실수를 해도 착하고 똑똑한 구# 번역으로 인해 거침없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달 당일, 배달해주시는 분은 두두둥!

그렇다. 터키인이다. 으하하하! 보통 영어를 전혀 못하신다. 숫자는 영어로 아시는 것 같아 말하면 잘못 알고 계시는 경우도 꽤나 많다. 그렇다. 영어로 말하면 문제가 생긴다.


우선, 배달 날짜, 배달 시간을 이케# 인터넷 사이트에 지정해놓고 해당일에 다른 약속을 만들지 말고 집에서 기다린다. 그러나 모든 배달이 칼 같이 올 수 없다. 차도 밀리고 교통 지옥 이스탄불에서 배달차가 정시에 도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배달이 오더라도 대다수에 한국인 주재원이 사는 시떼는 아파트 입구에 경비원이 배달이 오는 것이 맞는지 보안을 위해 외부인을 철저히 확인한다. 그러니 집에 있더라도 튀르크인과의 전화 대화는 어쩔 수 없이 반드시 있다.


따르릉!

배달하시는 분 : Efendim? (에펜딤? ; 여보세요?)

그렇다. 그녀는 이케# 배달을 깜빡 잊고 집에 없었다. 준비 없이 튀르크인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로 모르는 터키어를 마구 날리신다. 당황하여 전화기를 꺼버렸다. 다시 전화가 온다. 받았지만 그렇다. 아무 말도 모른다. 터키어 듣기가 안된다. 이것은 내가 아는 한 주재원 아내의 이케# 배달 괴담이다. 결국 가구를 배달하려 오신 분은 커다란 가구를 다시 차에 실은 채, 아파트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고, 조용히 이케#로 돌아갔다. 결국 그 물건은 2번의 도전 끝에 결국 반품됐다.


이 이야기를 들은 터키어를 가르치는 나의 터키인 선생님은 박장대소를 했고, 같이 수업을 듣던 다른 외국인(yabancı;야반즈)들은 정말 슬픈 이야기라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어려움을 알기에 이렇게 같은 이야기에도 감상은 다르다.


자,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 먼저 배달(sipariş; 스파리쉬)한 내용을 잘 기억하고 집에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집(ev; 에브)에 있더라도 전화 통화를 위해 간단한 시간 표현은 아는 것이 더욱 좋다.


나 : şimdi evdeyim.(심디 에브데임.; 지금 나는 집에 있다.)

ne zaman geliyorsun?(네 자만 겔리요르순?; 언제 오시나요?)


배달하시는 분 : 30 dakika sonra (오투즈 다키카 소나 ; 30분 뒤)/ 1 saat sonra (비르 샤트 소나 ; 1시간 뒤)


이 대화에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중요한 단어는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은 'şimdi' 지금, 'ev' 집, 'ne zaman?' 언제?, 숫자(수사), 'sonra'(뒤에, 영어로 after) 등이다. 이 표현만 당신이 안다면 배달 물건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은 없다. 이스탄불에 살아보니 전에 önce(운제; 전에), 예를 들어 '1 saat önce'(비르 샤트 운제 ; 1시간 전에) 등 시간과 관련된 부사는 수사와 함께 자주 쓰인다는 것을 더욱 느낀다. 특히 전화 통화를 할 때나 주문을 할 때 더욱 그러하다.


튀르키예는 비교적 다른 유럽에 비해 배달이 잘 되는 편에 속한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배달 사고가 빈번하고, 외국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불만도 생기지만 다른 유럽에서 살다온 특히, 동유럽권에서 생활을 해 본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 튀르크인들은 참 착하고 바른 사람이 된다. 세르비아에서 살다가 온 미국인 엄마는 내게 세르비아에서 한 3일간의 이사가 5일로 변하던 슬픈 사연을 들어보니, 참으로 이곳은 천국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다. (참고로 이스탄불도 이삿짐을 싸는 일은 통상 이틀에서 삼일을 걸쳐 이루어진다.)




아이를 데리고 사는 엄마는 손발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이스탄불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아이와 함께 할 때는 한 손은 아들의 손을 잡아야 하고 다른 손은 물건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가방에는 내 물건보다 아들의 손수건, 간식, 장난감, 물통이 들어간다. 그런 삶에서 배달이 없다면 그건 더욱 삶을 힘들게 한다. 특히 차가 쌩쌩 달리는 이스탄불, 이곳에선 더욱이다.


그러나 운동신경도 있고 날렵하며, 운전도 잘해서 배달 없이 직접 갈 수 있다면 이 삶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나의 장롱 면허가 아들을 가지곤 한국에서 운영을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나와 같은 당신이 이스탄불에서의 초기 삶은 가끔 단계를 넘어가는 게임처럼 물건 하나가 집에 들어오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이런 고비가 넘어가면 꽤나 신기하고 재밌는 삶이 당신에게 펼쳐질 것이다. 가끔은 외로워도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아들도 남편도 어느새 당신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짧은 터키어 몇 마디가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되길, 새로운 시작을 매일 맞이하는 우리에게, 사고 싶은 물건을 주문하고 당신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시 이 글을 읽고 있기를 바란다.



덧붙임)

주중 Hafta(하프타)

월요일 Pazartesi (파잘테시)

화요일 Salı(사르)

수요일 Çarşamba (차르샴바)

목요일 perşembe (페르셈베)

금요일 Cuma (주마)


주말 hafta sonu (하프타 소누)

토요일 Cumartesi (주마테시)

일요일 Pazar(파자르)


어제(dün ;어제), 오늘(bugün; 부균), 내일(yarın;야른)도 살아보니 필수 단어입니다. 터키어를 알면 알수록 이스탄불의 삶이 더 편안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엄마인 당신, 오늘도 모두 힘내세요!



버스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는 고양이(kedi),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의 이케# 쇼룸의 모습
쇼룸을 구경하는 지훈이와 착하고 친절한 이케# 배달 직원 아저씨들


보스포루스 해협의 아름다운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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