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래, 한 번 열심히 해보자. 그러자! 힘내자! 드라마 속, 그녀는 갑자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부릅뜨고 말한다. 그렇다. 인생은 정말 한 번뿐이다. 그녀는 막 남자 주인공이랑 끌어안고 그동안 애쓴 것을 보상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 아름답다. 그런데 참, 가슴 훈훈하지만 그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뭐, 얼마나 있냐, 우리에게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는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나와야 한다.
이렇듯 우리의 인생이란 시간은 그렇게 드라마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라면 대하 드라마라서, 주연배우 교체라도 해야 할만큼 아주 장기전이다. 특히 자식을 키우고 그 아이가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 이 시간이 도대체 언제 끝나는 것인지,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급하게 교사인 내게 묻는다. 학교에 있던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는다. 그러나 아직 자식도 없던 그때의 내가 그깟 교사라고, 엄마인 그녀보다 또는 아빠인 그보다 내가 과연 그 아이에 대해 무엇을 더 알겠는가. 잘 안다고 해봤자 그 아이의 성적이 전부일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내가 만나는 주재원 엄마들은 대부분 교육에 관심이 많다. 주재원 정착기에는 어떤 학교를 정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주재원 생활 중에는 아이의 영어로 고민이 많다. 즉, 대다수가 아이의 성적과 교우관계에 관심이 있는 엄마들이 많다. 그리고 주재원 생활이 끝날 즈음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될 입시경쟁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나 또한 교육에 참 관심이 많다. 그러나 현재 나의 교육의 관심사는 학교에서 지훈이가 누구랑 친하게 지내는지, 선생님 말씀에 잘 따르는지, 밥은 골고루 먹는지, 손을 잘 씻는지, 줄은 잘 서는지, 물은 잘 먹는지, 학교 교우 관계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솔직히 '성적에 1도 관심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면 완전 거짓말이겠지만, 아하하하. 위의 일을 잘하고 있다면 학교에 잘 갈 것이고, 아프지도 않을 것이며, 선생님한테 무슨 일이 있다고 전화만 안 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하하하.
여기에 와서 더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유치원이나 한국 학교라면 학교 선생님의 재량으로 벌을 주거나 혼날 일도 교사의 적절한 훈육없이, 그저 학부모에게 그 상황만 전달되기만 해서 아이의 학령기에 과연 큰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즉, 한국식 교육방식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국제학교는 한국의 학교보다 학생 수가 적고 학생당 교사(보조 교사 포함)의 수가 많으니, 교사가 의지만 있다면 비교적 아이의 변화에 대한 세세한 관찰이 가능하다.
특히 교사가 영어의 경우, 아이의 영어 발달 단계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며그에 따라 수준에 맞는 지도를 하고, 아이의 교과 이수 정도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교사와 상담을 하면 한국보다 자세한 피드백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담임교사의 성향 차이에 따라 다르니 절대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교사가 비교적 아이들의 영어 발달 변화를 자세히 기억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별 일 아닌 일이 학생 수가 적으니, 교사의 눈에 크게 신경 쓰이게 돼서 자주 지적을 받거나, 아이의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교사-학생 또는 학생-학생 간의 관계형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에 따른 아이의 불안감을 자극해 퇴행이나 회피 행동이나 과잉행동(일부러 아기 같은 말투 사용, 이해하지 못했으나 무조건 YES라고 대답하기, 알고 있으나 대답하지 않기, 손톱을 뜯거나 자신의 몸을 물기, 다리 떨기, 울거나 싸우기, 수업 또는 등교 거부 등)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행동은 우리 아이가 국제 학교에 왔다고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아이의 환경이 바뀌고 그 적응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기에, 한국에선 없던 일이 여기에 왔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보아선 안된다. 그저 변화된 환경이 불안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아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러한 일은 사실, 한국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다만 자신의 불안을 통제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고 때론 이런 반응이 일시적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때론 그 불안의 계속성이 개인마다 달라, 어떤 아이는 한 달이면 되는 것이 6개월 또는 일 년이 될 수도 있고, 때론 그런 불안이 전혀 없어 보이다가도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변화에 대한 적응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 학교에선 우수하게 잘 적응했던 학생이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서 다양한 성향의 한국 친구들이 모인 교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 다른 문제 행동을 나타내는 경우도 꽤나 많다.
교사 시절, 아이의 성적은 참으로 우수했지만 우울증 약을 먹지 않으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서국제 학교를 다녔고 자연히 영어실력이 매우 우수했다. 일반 공립중학교에서 어렵사리 부모가 원하고 계획했던 외고에 결국 진학했지만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마음이 참 아팠다. 아마 그 아이의 엄마는 나보다 더욱 힘들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솔직히 그 상황에서도 외고 입시에 매달리는 그 친구의 엄마 마음을 교사로서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기에, 그 아이의 힘듦이 더욱 안타까웠다. 그 친구가 외고에 진학했다고 정말 성공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친구가 다니던 학원에, 학교에 ' ## 외국어 고등학교 합격 '이란 플래카드가 아이의 드라마의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자신의 아이가 서울에 있는 4년제 명문 특정대학교 이상에 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면 '인생 실패'라고 말한 엄마가 있었다. 그녀는 한눈에 봐도 누구에게 말해도 부러워할만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직접 경험해 본 교사로서, 아니 그럼, 교실에 인생 실패가 얼마나 많은지 통계적으로 알려줄까 하다가, 그녀의 로망에다가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싸우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입을 또 닫았다. 가끔 입을 닫는 게 인생의 정답일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인생이란 가끔 그렇게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온다. 만약 나에게 그런 순간이 없었다면 나의 부모님, 나의 친구들, 나의 주변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내가 살아오는 과정을 어느 순간부터 나의 부모님이 세세하게 모두 알지 못하는 것처럼, 살다 보면 사는 게 바빠서 나의 자녀의 인생의 고비를 내가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곤 갑자기 아이가 이상하다며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직 자식도 없던 그때의 내가, 아직도 자식이 하나인 지금의 내가, 과연 그녀보다 그 아이에 대해서 무엇을 더 알겠는가.
사회에 나오면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남자들이 군대에 가서 별별 놈을 다 만났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 또한 학교에서 별별 녀석들을 다 만났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학생들이기에 자연히 그 별별 친구가 무슨 일이 있으면 그 친구의 부모님이 학교에 오신다. 그러면 나는 그 별별 친구들의 어른 버전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 별별 친구들 중에 부모님이 헤어지면서 갑자기 철이 들어버린 아이가 있었고 빨리 취업하고 돈을 벌고 싶다며 실업계에 진학했고, 해당 고등학교에서 꾸준히 1등을 한 덕분에 고등학교 2학년 말에 공기업에 취업했다. 그리곤 몇 년 뒤에 내가 일하던 학교에 '현#자동차 신형 소#타'를 끌고 왔다. 그리곤 거하게 점심을 사고 싶다고 했다. 아주 좋은 식당에 나를 데리고 가서 40대 아저씨들이 좋아할 만한 비싼 메뉴를 시키곤 내게 대접했다.진심으로 참 고마웠다. 연봉도 나보다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여리고 여린 20대였는데, 말투와 느낌은 40대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행복해 보였지만 녀석이 내게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다. 신형 소#타를 몰고, 그 나이의 삶이 너무 행복한데 재미없는 선생님을 찾아올 이유가 있나? 좋아하는 여자 친구 만나야지. 아하하하! 재미없게 선생님을 보러 온다니, 아하하하!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말없이 들어줄 그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는 오랫동안 웃으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때론 슬프고 너무 힘들었다. 그의 나이는 스물 하나지만 삶의 이야기 속의 그는 마흔의 아저씨로, 다시 스물 하나의 청년으로 변해갔다. 그의 드라마가 이제야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자신이 정한 대로 내가 행한 대로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긴 이야기와 지금의 행복, 기쁨, 어려움, 연애, 사랑, 앞으로의 계획을 기쁘게 들어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참 좋았다. 참고로 그때 그 녀석이 몰던 신형 소#타는 멋졌다. 아하하하.
덧붙임) 제 글 중, 가장 인기 있는 글은 단연 '주재원 발령, 그때부터 뭐 해야 해요?'입니다. 조회수가 2만은 예전부터 훌쩍 넘었습니다. 다들 검색해서 읽고는 구독, 하트도 안 하고 너무합니다. 아하하하. 너무해요. 제가 계속 글을 쓰는 의욕이라도 생기게 구독 좀 해주세요. 푸하하하. 왜 메일로 질문은 하고, 구독은 안 하십니까? 푸하하하.
그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구체적인 이스탄불살이 정보는 네#버, 다# 검색창에 '이스탄불맘 멜다'로 검색하시고 그 블로그로 가보세요. 저에게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입니다. 아하하하.
그런데 늘 결정의 시작과 끝은 본인의 몫입니다. 먼저 살았다고 제가 이스탄불에 대해, 당신의 삶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린 모두 다른 상황에 있습니다. 지금의 당신의 결정이 늘 오늘의 최선입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