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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너는 나의 가장 좋은 사람

그 누군가가 너무 불편한, 그리고 어려운 당신 그리고 나에게

by 미네

지난주, 나의 글의 일일 조회수가 무려 840을 넘어가던 시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는 탓에 조회수가 비정상으로 올라가는 시점에, 나는 기분이 좋기보다 무섭고 두려웠다.


마치 내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나는 아이유가 아닌데, 뭐!' 이렇게 이야기해 놓고선, 누군가가 내 글을 이렇게 많이 읽는 게 두려웠다. 정말 기쁘기보다 두려웠다. 누가 내 글을 이만큼 읽는다고, 나는 유명 인사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솔직히 겁이 났다.

그때, 나는 솔직하게 나의 고민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거 참, 너무나 객관적이다. 그는 좋아하거나 엄청나다고 그 흔한 말 한마디, 칭찬도 없다. 그는 나의 글쓰기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한다.


"걱정하지 마. 그 조회수 길어봐야 일주일이야. 내가 저번에 '브런치'에 접속해 보니 회원가입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네 글을 읽는 사람은 그렇게 많아도 구독자로 이어질 사람은 아주 적을 거야. 그 귀찮음을 극복하기에는, 그 사람들 너 기억 못 해. 쓸데없는 걱정하는구나."




그렇다. 그는 얼마 전부터 나의 글을 구독한 구독자이지만 그 귀찮음을 극복하기 어려운지, 그는 내 글을 정말, 전혀 읽지 않는다.

그는 내 글을 위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는 '나의 글을 읽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나의 글을 읽지 않아야 네가 너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그의 생각이었다. 정말로 그는 나의 글을 전혀 읽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내게 회사 일은 글에 적지 말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의 요구에 진실하게 대답한다. 그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남편의 회사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글에 쓸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정말로 그의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가끔 그의 회사의 물건을 사려는 외국인인 나의 이웃이 내게 '할인'을 요구할 때, 나도 그 할인을 받고 싶다며, 그 이웃에게 주차장에 잠들어 있는 남편의 회사에서 나온 그 물건을 최대한 자세히 보여주는 게 그를 위한, 아니 그의 회사를 위한 나의 최대한의 노력이다.

(참고로, 영어로 내가 아는 기능을 정말 자세히 설명해 준다. 참고로, 작년에 튀르키예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된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이다. 아하하하!)


다만, 에틸레르라는 동네에서 남편의 회사를 알고 있는 친한 커피집 사장집이 튀르키예 뉴스를 통해 내게 그의 회사가 튀르키예 지진에 기부한 소식을 전해 듣고 내게 뜬금없이 감사를 표할 때, 내가 직접 기부한 그 사람이 아니건만, 내가 여기서 정말 바르게 살아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낄 뿐이다.

그리고 나의 글은 남의 편의 말처럼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는 듯, 평소의 조회수로 돌아왔다. 아하하하.


그렇게 다시, 나는 아들의 일상에서 그리고 남편의 일상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아주 평범한 하루를 살고 있다.



지난 수요일에는 아들의 국제학교의 '탤런트쇼'에 다녀왔다. '탤런트쇼', 사실 탤런트(Talent; 재능)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학생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재주를 표현하는 날이다. 아마 한국 기준에서 본다면 '학예발표회'에 비슷한 것이고, 교사의 입장에서 한국 학교와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의 '학예발표회'와 같은 영혼을 갈아 넣은 듯한 완벽하고 우수한 일부 학생들만의 발표가 아닌, 정말 별 것 아닌, 누구의 눈에는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아이들 각자의 그 무언가를 보여주는 날이다.


아이들을 저마다 각자의 재능을 표현했고, 자신의 노력을 작은 무대에서 표현했다. 아이들은 때론 실수를 했지만 그동안 연습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냥 악기를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몸짓에도 각자가 생각하는 리듬과 규칙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들 앞에서 손과 몸을 흔들며 그들을 격려했고, 나 또한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아들은 '탤런트 쇼'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다. 그가 알레르기 증상으로 밤에 호흡이 힘들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에도 그는 '탤런트 쇼'를 걱정했다. 건축가, 엔지니어가 꿈인 그는 자신의 팀의 매니저였고, 각 팀의 매니저는 전체 작업을 통솔하고 자신의 팀만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전체 팀의 작품을 조율하고 정리해야 했다. 아들의 반 친구들은 '놀이동산'을 만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놀이동산'의 모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레블라이저를 달고서 학교에 못 가는 날에도, 현재 자신의 팀의 어려움과 다른 팀의 매니저인 친구가 계획대로 놀이기구를 만들지 못해 담임선생님께 혼이 난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고작 만으로 여섯 살인 녀석들은 흡사 어른들이 회사에서 여럿이서 프로젝트를 할 때 겪는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었다.

그렇게 아들은 참으로 바쁘게 프로젝트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나의 남편 또한 아들처럼 그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매일 회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워서, 그는 아들이 고른 책 한 권을 함께 읽어준다. 그리고는 정말 바로 불을 안 끄면 집에 불이 날 것처럼, '잡담하지 말고 모두 자자.' 이런다. 그리고 불을 재빨리 꺼버린다. 아하하하.

그럼 나는 불이 꺼진 상태에서 가끔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늘 자신이 잠을 자야 하는데 둘이서 떠든다고 화내는 사람인 남편그 날따라 아들의 고민 상담에 진지하게 임했다.


"아빠도 회사에서 팀원을 데리고 일을 하면, 꼭 내 말을 안 듣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말이다. 한국에선 기본 중에 기본인데, 그 기본도 안 해서 말이야. 하, 휴."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회사 이야기를 했다. 회사에서 팀원을 데리고 겪는 어려움부터, 그런 일이 있을 때 그래도 끝까지 팀원들과 함께 이 순간을 지나가야 하는 방법과 그동안 자신이 한 실수를 아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깜깜한 방에서 이불을 나란히 덮은 나와 아들 그리고 남편, 이 세 사람은 아주 조용히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한숨도 같이 들어준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우린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인 그가 겪는, 한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겪는 어려움을 우리는 한 이불 속에서, 아주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두 눈을 반짝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어느 때처럼 아들의 '탤런트 쇼'에 가서, 그의 선생님께 길거리 상인이 파는 작은 꽃을 선물하고, 그동안 끊임없이 노력한 아들을 축하하곤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까 그 거리의 상인에게 다시 아들을 위한 50TL(3,422원)짜리 노란색 꽃을 한 다발 샀다.


비가 오는 이 궂은 날씨에도, 그녀는 여전히 비를 맞으며 내게 꽃을 팔고 있다.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내게 묻는다.


"너, 오늘 축하할 일이 많구나. 또 꽃 사네."

"응, 오늘 아들이 하던 일이 끝이 났어. 그에게 꽃을 주고 싶어."


나는 아들에게 노란 꽃 한 다발을 건넨다. 그리고 나의 글을 읽지 않고, 쓸데없이 가끔 너무 객관적인 나의 남편에게도 그 꽃을 선물한다.

"고마워요. 늘 옆에 잘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카카# 톡으로 나는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웃는 표시로 내게 화답한다. 그렇게 나는 쓸데없이 가끔은 너무나 객관적인 나의 남의 편과 그런 남편에게 가끔 엄청 혼나는 아들과 함께, 한 이불을 덮고 이스탄불에서 잘 살고 있다. 아하하하.



덧붙임)

사실, 저는 이제 여기의 어려움을 많이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솔직히 주재원 생활의 일 년 동안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 년 동안, 제가 깨달은 것은 모두 변화에 힘들어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어떻게 생각할지는 다른 누군가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힘들다. 너도 힘들지?"

"내가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감정에 집중하지 말자."


제 글은 결국 이 이야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새로운 힘이 되길, 지금의 어려움에 집중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되 그 감정에 빠지지 않게,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세요. 그리고 커피 한 잔 마시세요. 그러고 햇볕도 쬐고 하늘 한 번 보고, 다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일합시다.

사랑합니다. 나의 남의 편, 남편 :)

그리고 누가 저의 남편을 아시는 분이 이 글을 읽으시면, 대신 전달 부탁합니다. 그는 제 글을 안 읽어요. 아하하하. 남의 편,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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