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에겐녀

by 최웅

난 초딩 물음표 살인마 출신이다.

대부분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엄마의 분노스위치를 건드려버리고,

혼나고 잔소리를 들으며 마무리 됐었다.


"왜 방학인데 숙제가 있어? 왜 해야 해?"

"왜 방학인데 일찍 일어나야 해?"

"왜!! 공부해야 해??"

"왜 나는 억지로 따라가야 해?"


궁금함과 반항으로 빚어낸 질문 앞에서,

엄마는 큰소리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법이 없었고, 반항기질은 어릴 때부터 충만했다.

(육아 난이도가 높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시키는 거 해"


그때 엄마 나이즈음 되어서 알게 됐다. 엄마도 몰랐다는 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였다.

왜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시키니까,

좋다고들 하니까, 다들 그렇게 하니까, 의문 없이 했던 거였다.

다들 그렇게 휩쓸려 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다시 무의식적인 루프에 갇히니까 말이다.


그때의 엄마 또한,

그럴듯한 답을 하기 버거워 화내고,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 한건 아니었을까?

그래야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아니면 계속 곤란한 질문을 퍼붓는 초딩에게 말리게 되니까.

그렇게 나는 여리한 에겐녀 였던 엄마를 테토녀로 변화시키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테토녀를 에겐녀 소녀로 돌려줘야겠다.

엄마는 현금 앞에 소녀가 된다.

현금 앞에 엄만 어떤 표정이 되는지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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