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고 살아도 괜찮은 이유

전화위복

by 최웅


힘을 꽉 주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싫은 소리 안 하고, 꾹 참고, 묵묵하게,

외부의 기대에 맞춰 성과를 내고

더 높은 목표, 더 많은 소유를 꿈꾸며 채찍질하던 때가 있었다.


잠을 줄여 역량을 쌓았고,

야근하며 몸을 지치게 만들었으며,

자극적인 음식으로 보상을 주었다.

이렇게 삼박자가 어우러져 온전한 악순환에 갇혔다.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고,

짜증과 괴로움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악순환에 갇혀있는 것도 모르고, 목표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였다.

마치 화재경보를 듣지 못하고,

잠에 빠져있다가 죽어가는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신은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줄 때,

먼저 길을 잃게 한다고 했던가


몸과 마음이 함께 파업을 선언했던 날,

'이렇게는 못 산다'라고 고장을 냈다.

좌절하며 거대한 위기로 보았던 상황이,

돌아보니 거대한 기회였다.


뭔가 잘못 됐구나,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생각이

짜임새 있던 악순환에 도끼가 되어 균열을 일으켰고

드디어 화재경보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에 살려달라 도움을 요청했고, 스스로를 도왔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명상, 운동, 그림을 시작했다.

나와 맞지 않았지만 애쓰고 붙잡았던 회사를 훌훌 벗어던지고,

결이 맞는 회사로 이직했다.


그렇게 힘을 빼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잘 하려고' 안 하기 시작했다.


내 경우에 잘하려고 하는 마음의 뿌리를 살펴보면,

(나는 부족하기 때문에)

(나는 못났기 때문에)

라는 믿음이 깔려 있어서,

부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면서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걸 배웠다.

못해도 괜찮으니, 그냥 건강하고 재미있었음 됐다.

하며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흥미롭게도, 잘 풀려갔다.

잘하려 하지 않으니, 잘하게 되는 역설 앞에 벙쪄있었다.

그냥 무심하게 힘을 빼고, 긴장을 풀고 가볍게 했다.


그렇게 힘만 빼려고 신경 쓰다 보니,

우습게도 반대쪽으로 옮겨져 왔다.

그네가 왼쪽 끝에서, 다시 오른쪽 끝으로 옮겨진 것처럼.

긴장이 모두 사라진 반대편에서,

허무주의와 노잼을 마주하기도 했다.


'아 이것도 밸런스이구나'

라는 걸, 힘을 쫙 빼고 반대편에서 허무함에 흐물거렸던 어느 날 배웠다.


밸런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힘을 줄때와 뺄 때를 구분해 완급조절 했다.

베토벤의 음표처럼,,


잘하려고 하지 않으면, 잘하게 되는 역설.

결과에 대한 기대 없이, 조금 가볍게 해 보는 거.

별생각 없이 그냥 해보는 거.


이런 것들을

뒤뚱뒤뚱, 때론 우당탕탕 연습해가고 있다.

라고 하며,

.

.

힘을 주고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냥 저장하고 발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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