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에 민감하면 생기는 일

개코의 양면성

by 최웅


좋지 않은 냄새였다.

다들 그런 건 모르고 모니터에 시선을 모으고,

생기 없는 표정으로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었다.

“환기 좀 시킬게요”

사무실 환기는 대부분 내 몫이었다.


향에 민감하다는 건,

수치화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

난시, 색약처럼 검사로도 받는 영역이 아닌지라,

어릴 땐 내가 향에 민감한지 몰랐다.

다들 나처럼 냄새 맡고, 기억하는 줄 알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답답한 냄새를 알아차리고 환기를 하는 건 나였고,

집에선 생선을 굽는 것도 싫어하였으며,

향이 진한 생물은 잘 먹지도 않았다.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보자면,

나는 상대적으로 향에 민감한 편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넌 개코라, 불편하겠다”

누군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역한 냄새를 더 역하게 맡다 보니,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그런데 그 말을 뒤집어 보자면,

좋은 향은 더 좋게, 생생하게 맡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민감한 센서를 갖고 태어난 걸 내가 바꿀 수가 있을까?

불평, 불만,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자는 게 내 결론이었다.

그냥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였다.


아무튼,

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악취를 생생하게 느낀다.

그 반면,

향에 민감한 덕분에, 향기를 생생하게 맡고 느낄 수 있다.

가령, 꽃내음, 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향, 비 맞은 뒤 땅에서 올라오는 싱그러운 냄새,

같은 것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을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게 아닐까.

장점과 단점이라고 딱 무 자르듯 구분할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단점을 장점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고민해보는게,

좀 더 건설적이고, 주체적인 태도가 아닐까.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이동수단은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로 이용하고 있다.

서울의 문어발 같은 버스노선 덕분에,

집 앞엔 버스 환승센터가 있는 덕분에,

굳이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출퇴근부터, 약속장소에 다니고 있다.


물론, 버스를 타면 불편한 부분도 있다.

최단거리와 정체구간 없이 가는 지하철에 비교하면,

버스는 정체도 있고, 시간도 상대적으로 오래걸린다.

그런데 이것도, 오히려 좋았다.


여유 있게 미리미리 준비하고 출발한 시간 속에서,

버스에 자리를 잡고, 문을 살짝 열고나서 구경하는 바깥세상,

약간의 흔들거림과 진동 속에서 멍 때리는 시간들 속에,

문득 떠오르는 영감과 아이디어들,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하는 안부인사들, 덕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보너스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오늘도 버스에서 문득, 영감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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