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조절
그렇다면 나도 타인이라고 볼 수 있는 거네요.
딱 달라붙어있으면 아프다면서요
딱 달라붙으면 부서진다면서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거라면서요.
내 이름이랑 딱 달라붙었고
내 직업이랑 딱 달라붙었고
내 역할이랑 딱 달라붙었고
내 감정이랑 딱 달라붙었으면.
결국 불에 타버릴 거잖아요.
뜨거워요.
그러니까 좀 떼어내주세요.
<distance>
종종 캠핑을 갑니다. 충청도로, 강원도로, 경기도로.
15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인데요. 요리에 진심인 애 하나, 캠핑장비에 진심인애 하나.
함께 캠핑장에 있노라면,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으면, 장작에 불을 지피지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더 따듯해지려고,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죠. 그럼 오히려 뜨거워서,
옷을 태우거나, 신발 밑창이 녹아버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적절한 거리를 둬야 쾌적하게 기분 좋은 따듯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죠.
그러고 보면 우리 셋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지난 시간을 보내왔기에, 이렇게 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각자 취향을 존중하고, 이게 옳다 틀리다 고집부리지 않고,
내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기대가 없는 사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유지하는 관계말이에요.
어릴 땐 사람 간에 거리 둔다는 게 왠지 정 없어 보이고, 친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더 바짝 붙어있었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연애하는 사이에서요.
저도 그 애도 어리고 미숙했었죠. 그 나이에서만 겪어볼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타인에게 행하는 태도는 결국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결국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잘 지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도 잘 지낼 수 있다고 말이에요.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나도 타인이라 생각해 보고. 질문을 시작했던 게요.
(타인이 나다 라고 뒤집어 생각해볼 수도 있겠고요)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을까?
나는 나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을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존중하고 있을까?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그대로 존중하고 있을까?
나는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들만 강요하진 않았을까?
무리한 역할, 의무감만 맡기고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대답을 찾는데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집착과 무관심 사이에 거리조절 연습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