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다 위로받은 날

by 포춘쿠키

마흔이 지나고도 내 마음은 어찌 사춘기 때보다 더 나를 모르는 그런 날들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일상 속에서 가끔 연락 오는 절친들의 대화가 요즘의 소소한 낙이다.

사실 요 며칠 스스로를 많이 자책하고 생채기도 내고 울었다가 꼬집기도 했다.

나도 이유는 잘 모른다.

지난날들의 후회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이랬으면 어땠을까, 왜 난 아직도 이럴까...

단순하기로 소문난 나이지만 사십춘기는 사춘기 딸내미 응석 보다 더 강력하고 내 마음 하나 감당하기 힘들어

조금이라도 시간이 비면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몸도 머리도 멀티로 움직여야 하는 업무에도 이유 없는 슬픔과 후회 세상의 모든 고민은 다 내 것이었다.

오늘이 대충 며칠인지도 모르고 날짜와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라온 9월의 어느 날

나의 오래된 친구의 연락이 왔다. 나와 직장생활도 결혼도 출산도 다 비슷한 친 자매보다도 생애주기가 같은 인생의 쌍둥이.. 사는 곳은 바다 건너 시차도 있지만 마음 만은 언제나 함께 해서 좋은 친구.

이 친구와는 이래저래 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나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걸 감싸고 보안해 주는 친구가 참 고맙다.

마흔 쯤이 되어 보니 사람 사는데 고민 없는 사람이 없고 자식 키우며, 가정 일구며 고민하는 것들은 조금씩은 다 비슷한 듯하다.

나의 상처 나의 고민이 더 크다 마다 말할 것도 없이 각자 다른 하늘 아래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내 마음도 모르는 내가 남을 위로하자니 우습기만 하다가도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친구를 통해 하는 거 같아서 도리어 스스로에게 위로를 받았다.

잃을 게 없어 용감하기만 했던 20대 시절의 고민은 지금 생각해 보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때는 죽을 만큼 괴로웠고 내일이 두려웠고 쓰디쓴 소주잔에 내 인생을 말아 버리고만 싶었던 날들이었다.

지금의 내 고민도 어쩌면 내년 이맘때는 기억도 나지 않을 무수한 우주 속 먼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국민학교 5학년 시절이었던 거 같다. 과학실 청소 당번이었는데 유난히도 친절한 과학실 선생님께

왜 이렇게 저는 고민이 많고 괴로울까요? 하며 물었던 기억이 난다.

하얗고 하얀 가운의 선생님은

" 나는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십자가 걸린 예수님 본 적 있니? 그 십자가는 예수님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있는 건데 모두가 자기 십자가가 더 무겁다고 여긴대.. 나도 마찬가지고.. 지금 너에게 가진 십자가 무게가 클 거라 생각해. 하지만 십자가처럼 고민 없는 사람도 없고 그 크기도 무게도 몰라 다만 내가 얼마나 그 무게를 즐기느냐 그걸 가볍게 여기냐는 거지."

열두 살 소녀인 나에게 십자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고, 마흔이 넘은 지금도 나는 예수님을 믿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 십자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힘들 때면 곱씹어 본다.

오늘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큰 십자가를 매달고 해결되지 않을 몹쓸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한 하루였다

타인을 위한 선한 마음은 나에 대한 위로로 다시 돌아온 날이라 기록하고 싶었다.

또다시 찾아올 나의 마흔 살의 고민들에 이 글로 다시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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