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연습장 09 <측은지심>
조지아는 인구의 80% 이상이 조지아 정교회에 속하여 어딜 가나 성당과 십자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터가 좋은 곳에는 대부분 절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유명한 사찰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들에 자주 매료됐었기 때문이다.
조지아에서는 터가 좋은 곳에 성당이 있고, 성당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매우 아름다웠다.
조지아 여행 3일 차에 갔었던 관광지에서도 성당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놓을 정도로 자연에 취했다.
성당 안에는 구걸을 하시는 할머니가 한분 계셨는데, 여러 개의 깡통에 야생화를 종류별로 담아 놓고 계단에 앉아계셨다. 성당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나가는 길에 힘들다는 아이들의 투정이 들려와 입구에 있던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계단에 앉아계시던 할머니는 우리가 관광을 하는 사이에 나무의자 앞으로 야생화를 옮기셨고, 둘째 아이의 옆이 할머니의 자리가 되었다.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예전에 인도에서 행복을 빌어주겠다며 구걸하던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그때는 나 잘난 맛에 살던 젊은 시절이라 무슨 행복이냐며 구걸하던 사람에게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행복이 필요했던 걸까, 성당에 계신 할머니이니 우리 가족을 위해 좋은 기도를 해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둘째 아이에게 할머니께 드리라며 가방에 있던 동전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여 주었다.
둘째 아이가 건넨 동전을 받으신 할머니는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아이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고는 갑자기 의자뒤에 있던 짐꾸러미에서 주섬주섬 사탕 두 개를 꺼내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시는 게 아닌가! 그 후에 조지아어로 말씀하셔서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제스처로 미루어 짐작건대 둘째 아이가 튼튼하고 잘생긴 멋진 사람으로 자랄 거라는 덕담을 해주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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