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과의 전쟁
인도에 온 지 오늘로 딱 100일이 되었다.
오늘은 나 자신에게 잘해오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날이다. 인도에 와서 제일 힘든 점 중 하나가 사실은 먹을 곳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물론 가끔 먹으면 괜찮은 곳들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그것 또한 자주 먹으면 질리고 가격도 비싸다. 또한 아이들은 잘 먹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집밥을 해서 먹게 되었는데 이 또한 식자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일주일에 딱 한번 뭄바이로 배달해 주는 온라인 코리안 마트가 있어서 상품은 제한적이지만 한국 식료품을 주문하면 매주 수요일에 집으로 받을 수 있다. 비록 금액은 한국의 2배 이상이지만 마치 오아시스의 샘물 같다. 매일 아이들과 남편 도시락도 싸야 하니까 혹시라도 문제가 있어 일주일에 한 번 배달이 안 오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아침에 도시락 반찬 싸면서 내일반찬을 걱정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며 늘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주시던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급식이 없었던 초등학교시절 점심시간 종이 울리면 도시락통을 열며 반찬이 무엇일까 설레었고 친구들과 모여 맛있게 나눠 먹었던 추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젠 내가 엄마가 되어 도시락을 싸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 한국에 있었다면 특별한 날 빼고는 도시락 쌀 일이 없었을 텐데 인도에 와서 도시락을 싸게 되니 이 또한 큰 추억이 될 듯하다.
학교에서 급식이 나오면 참 편하고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며 귀찮고 힘든 날도 물론 있지만 아이들에게 내가 지금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어 뿌듯하다. 나도 엄마의 도시락을 추억하면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것처럼 아이들도 훗날 내가 싸준 도시락을 추억하며 따뜻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가끔 신랑과 아이들에게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냐고 툴툴거릴 때도 있지만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미안해요, 내가 혼자 할게요” 가 아니고 “사랑을 줘서 고마워요, 난 아직 엄마가 필요해요”라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친정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하시며 이것저것 먹을 것을 해주시는 엄마! 그것이 본인의 기쁨이라 하시지만 늘 받기만 해서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엄마도 내가 엄마를 아직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행복하셨을 것이다.
지금 나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사실 아이들과 남편의 빈 도시락통을 보는 것이 젤로 큰 기쁨 중에 하나이다.
나는 여기 인도에서 지금, 오늘을 살고 있다. 하나하나 모든 것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불편함 투성이지만 그래서 사소한것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도 난 성장한다. 점점 한식, 집밥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는데 인도에서 음식사업을 한번 해볼까..?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며 오늘도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