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vs 7년 차 월급명세서
대기업에 근무할 때,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자친구의 급여명세서를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시작부터 호봉이 높아서 9호봉인가 그랬다. 하지만 명세서 속 급여는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공무원의 박봉이란 말을 많이 들었지만 실제 숫자를 확인하니 굉장히 놀라웠다. 당시 내 급여의 절반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연애를 하면서 내 지갑을 여는 게 아주 당연하게 느껴졌다.
몇 년이 흘렀고, 나는 늦은 나이에 신규로 공공기관에 이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 급여를 받았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걱정했던 여자친구의 급여보다 더 적은 돈이었다. 전 직장들의 급여 수준이 센 편이긴 했지만 이토록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공포와 실망을 느꼈고 이 급여로 생활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다.
신규직원은 이제 7년 차가 되었다. 호봉으로는 10호봉이다.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그럭저럭 잘 살았다. 씀씀이가 크지 않은 편이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여자친구와는 결혼도 했고 자녀도 둘이나 가졌다. 서로의 지갑은 이제 공동소유가 되었다.
문득 걱정 많았던 공공기관 1년 차와 현재인 7년 차의 급여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금의 글을 적어본다.
□ 공공기관 1년 차 월급명세서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특히 입사 초기에는 정해진 급여보다 적게 받는 기간이 있어 이보다 더 적었다. 직전 대기업에서 받았던 급여의 절반정도였다. 위의 급여는 평달 기준이고, 특정월에는 별도의 수당이나 상여금이 지급된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적었다.
□ 공공기관 7년 차 월급명세서
공공기관 7년 차 월급명세서다. 기본급이 나름 1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가족수당을 포함한 기본수당도 꽤나 올라서 총 받는 금액은 월 140만 원 정도 상승하였다. 하지만 공제금도 많이 올랐다. 비율로 따지면 2배 이상 올랐다. 그래서 받는 돈이 꽤 올랐음에도 실수령액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기도 하다. 평달에는 아주 근근이 살아가고 수당이 나오는 달에 겨우 한 숨 돌리게 된다. 그렇게 한 해를 돌아보니 세전으로 딱 6천만 원이 찍혔다.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글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최근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1호봉 첫 급여는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최저시급이 많이 오른 면도 있지만 공무원, 공공기관의 급여가 많이 오르지 않은 영향도 확실히 있다.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이런 영향으로 공무원, 공공기관의 선호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돈으로만 직장을 판단할 수는 없다. 각 직장이 갖는 업무와 역할이 다르고, 그에 대한 보상과 평가도 다르다. 그리고 평생 소득으로 볼 때 판단해야 할 삶의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지켜본 20대, 30대, 40대, 50대의 삶이 아주 다르다. 내가 겪고 느낀 직장생활의 실상과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