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워커 Jan 08. 2023

대기업 신입사원의 고민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모두 경험하면서 알게 된 두 곳의 인생사는 굉장히 다르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 자유를 잃고 안정을 얻는다'는 직장인의 기본 숙명은 같지만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고, 주변에서 대하는 인식이 다르고, 생애소득의 집중도가 다르다. 결국 두 곳의 삶은 완전히 다른 삶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남자는 군대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20대 후반이 된다. 빠른 경우 20대 중반, 늦은 경우 30대 초반이다. 이번 글은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기 전까지를 대상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업 남자의 입장에서 경험한 대기업 신입사원의 고민을 적어보겠다.

 



취업을 성공한 순간 주변 모두에게서 축하를 받는다. 특히, 부모님들의 자랑거리 1순위로 꼽힌다. 나의 경우 할아버지께서 특히 좋아하셨다. 대기업 회장들과 친분이 생긴 것처럼 자랑을 하셔서 난처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친구들이나 선후배에게도 술을 살 일이 많다. 기분 좋게 사줄 수 있다. 대학 때의 궁핍한 삶은 이제 안녕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입사를 하면 연수를 받는다. 대기업의 규모와 화려함에 상당히 놀랄 수 있다. 그리고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하나같이 능력 있어 보이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실제로도 스펙과 학벌이 화려하다. 여담이지만 그때의 스펙과 학벌에 기죽을 필요는 전혀 없다. 저런 사람이 임원이 되겠구나 생각할 만큼 능력 있고 멋진 동기들은 거의 대부분 퇴사를 한다. 그만큼의 자신감도 있거니와,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나 사업을 찾을 능력도 있는 사람들이다.


연수를 끝내고 업무에 투입될 때면 패기가 가득하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넘치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겉으로 표출된다. 다들 일도 잘한다. 주변에서 소개팅이나 선자리를 많이 주선해 주는데, 웬만하면 이 시기에 연애를 하는 것 같다. 대기업 직원이란 이름표는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믿음을 주는 듯하다.


돈은 생각보다 많이 준다. 나에게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많이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다르다. 내가 첫 입사했을 때 동기들 사이에 이상한 유행이 돌았다. SNS에 외제차를 인증하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쓴다면 대기업 초봉도 부족할 수 있겠다. 그런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 당시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먹고 마시고 사는 데에 큰 고민이 되지 않았다. 비슷한 나이대의 직장인 중 누구와 비교해도 벌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일을 하면서 몇 년, 혹은 몇 개월 안에 부대낌을 느낄 수 있다. 일이 확실히 많다. 쉴 틈 없이 일을 해야만 퇴근시간에 끝낼 수 있을 만큼의 일을 준다. 신기할 만큼 정확한 업무량이다. 조금 요령을 피우면 잔업이 생기고, 문제가 생긴다. 그런 부분에서 직원들의 차이가 조금씩 생긴다. 한 번씩 생기는 프로젝트성 업무는 더욱 높은 집중도와 희생을 요구한다. 이를 훌륭하게 해낸다면 능력을 인정받게 되지만 워라밸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불안감이 생긴다. 고된 노동에 대한 걱정과 짧은 근속연수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말 한마디에 상심에 빠질 때가 있다. 주변에 공무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런 우려는 더욱 깊고 길어진다. 아마 평생토록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개인 성향차이에 따라 이 점을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기업의 삶이 아주 고될 수 있다. 반면 성과를 추구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비교도 되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




지난번 글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응원과 위로가 나뉘는 댓글들을 보며, 더 신중하게 글을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이냐 공공기관이냐를 떠나서 모든 직장은 차이가 있다. 급여도 일도 사람도 크게 다르다. 하나씩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지만, 어디까지나 성향의 문제지 어디가 좋고 나쁘다는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의 글은 나의 관점일 뿐이다. 재미와 공감을 통해 그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가능한 한 오해가 생기지 않게끔 열심히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7년 차 공공기관 직장인 월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