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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Sep 19. 2019

25. 아이의 감정-2

감정의 조절


중용(中庸)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희로애락 지미 발 위지중), 發而皆中節 謂之和 (발이 개중 절 위지화)

 기쁨, 즐거움, 사랑, 화남과 같은 감정이 아직 펼쳐지지 않은 상태를 중(中)이라고 하며 발현되어 모두 절도에 맞은 것을 화(和)라고 한다.  



  중용의 저자인 주희는 감정의 절도 있는 발현의 상태롤 조화롭다고 말한다. 흔히 우리는 감정을 통제한다고 생각하면 화를 내거나 슬픈 감정을 억지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감정 표현은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노나 슬픔은 동양 문화권에서는 나쁜 감정으로 여겨진다. 정당한 분노가 때론 필요함에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감정은 자신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주체일 수도 있다. 우린 때론 배고픔의 노예가 되기도 하며 성욕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이기고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은 놀라운 성취를 이룬다.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포기하는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연민의 감정은 때론 지구 반대편까지 닿아 일평생 헌신하도록 할 수도 있다. 성욕과 탐욕과 같은 욕구의 노예가 되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반면 자아실현과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며 위인의 반열에 들 수도 있다.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결과는 명백히 다르다. 감정을 조절하는 주체와 그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 때론 감정을 분출하기도 하며 때론 감정을 참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감정은 발현되기도, 통제되기도 한다.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 내 안의 어떤 존재에 의해 조절되는가? 나는 경험적 통찰과 사유 끝에 세 가지 감정 조절의 주체를 발견했다.


 이성

 이성은 합리성을 내세워 나에게 이익과 손해를 구분하고 상황을 가치관에 대입함으로써 어떠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이성이 강한 사람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통제한다. 또한 이성이 강한 사람은 놀랍게도 감정을 이성적으로 분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기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소를 지으며 기쁜 모습을 보여준다. 신기하게도 미소를 지으면 기쁜 감정이 솟구친다. 화나지 않아도 화난 표정을 지으며 분노를 표현한다. 화난 표정을 지으면 화가 나기도 한다.

  

 공감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사람은 사람 얼굴처럼 생긴 돌멩이나 자연물에도 쉽게 의인화하고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저 돌멩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종일 밖에서 서있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떨어지는 낙엽이 내 마음과 같다.'


 이런 표현은 공감의 산물이다. 공감을 하며 우리는 타인이나 사물과 일정 부분 일체감을 느끼고 연결성을 획득한다. 공감을 통해 사람은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과 사물의 감정까지도 느낄 수 있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쉽게 화내기 어렵고 경멸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타인이 얻을 감정적 고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타인에게 감정 표현을 할 때 중도를 지키기 쉽다. 하지만 지나친 공감은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역할을 할 수 있기에 항시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감이 중요하다.  


 권위

   이성과 공감은 스스로 감정을 내부에서 조절하게끔 해주지만 권위는 외부로부터 감정을 조절하게 한다. 권위 있는 사람 앞에서 분노하기란 쉽지 않다. 동물은 항시 강한 자 앞에 엎드리고 약한 자 앞에선 강해진다. 가장 원초적인 방법의 감정 조절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권위는 외부에서 감정을 통제하도록 강요한다. 물론 거짓된 권위 앞에선 보통 감정을 조절하는 척만 하게 된다.


 위의 감정 조절의 3요소는 인간의 감정 통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각 개인에 따라 감정 조절을 이성이 주도할 수도, 공감 혹은 권위가 주도할 수도 있다. 당신의 감정 통제는 누가 주도하는가?


 우리 자녀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3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권위적으로 억누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권위를 잃어버리는 순간, 부모의 부재 상황에서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요즘은 탈권위를 강조하지만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서도 안된다. 권위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힘이다. 사자 무리에서 서열이 없어진다고 생각해보라.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사자들은 항시 다퉈야 하며 이는 사자 무리 전체의 손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마찬가지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투쟁의 연속으로 인간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게 된다. 적절한 권위의 인정은 사회 유지를 위해 필요하며 질서를 만들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권위는 아직 자녀의 인지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을 때 상세한 설명의 행위와 함께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성을 강화하는 방법은 합리적 판단의 훈련으로 이어진다. 합리적 판단은 손해와 이득을 구분하는 데 사용되며 전두엽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아이의 뇌가 충분히 성숙되어야 한다. 아이는 TV를 더 많이 보고 싶지만 눈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부모의 말에 TV보기를 포기할 수 있다면 아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시멜로를 지금 참으면 나중에 2개의 마시멜로를 줄 수 있다는 부모의 말에 지금 하나의 마시멜로를 포기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아이는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합리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 부모는 자녀와 지속적인 타협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자녀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 손해와 이익을 알려주고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도록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 자녀가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기다림 역시 필요하다. 인간의 합리성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산물은 아니다. 아이의 선택을 보장하고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육아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은 실체가 없으며 변한다는 생각 역시 이성을 통한 감정 조절 방법이다. 분노, 즐거움, 고통과 같은 감정은 지속되는 것이 아닌 변화하는 것이며 일시적이라는 가르침은 오랫동안 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온다. 감정은 단순히 뇌 안의 화학작용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과학에 기대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공감은 이성보다 어린 시기에 훈련할 수 있다. 영유아 시기에 자녀의 욕구를 알아주고 반응해주며 충족시켜 주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공감의 훈련이다. 부모는 어린아이의 기저귀를 빠르게 갈아주고 배고플 때 우유를 먹임으로써 자녀의 욕구에 공감하고 욕구를 해결해 준다. 자녀에게 역지사지로 생각하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자녀의 마음을 빠르고 예민하게 알아주는 것에서 공감 능력의 훈련이 시작된다.

 자녀가 자라며 부모는 부모의 마음에 대해 자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빠는 딸이 이렇게 아빠에게 이야기해서 기뻤어 혹은 슬펐어' 같은 감정 표현은 아빠의 마음에 대해 자녀가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역할극을 통해 인형들의 마음을 유추해 보거나 책 읽기를 통해 등장인물들에게 자녀가 감정이입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좋은 공감의 훈련이 된다.


 다른 감정 조절법들

 예술은 감정을 일으킨다. 잔잔한 클래식은 평온한 감정을 부르고 흥겨운 음악은 즐거움의 감정을 이끌어 낸다. 탐스러운 사과 그림은 배고픈 감정을 부르고 식욕을 돋우며 슬픔에 찬 사람의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슬픔의 감정을 일으킨다.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라면 식탁에 탐스러운 과일 그림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예술은 우리가 눈과 귀와 같은 감각 기관에 의해 인지된다.  


 감각과 감정은 한 몸처럼 붙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안았을 때의 포근함과 충만감, 거대한 건축물을 보았을 때의 압도감, 작은 가시가 발가락에 찔렸을 때 느끼는 고통에 의한 불쾌감들은 모두 감각과 감정이 함께 있음을 의미한다. 짜증이 나있는 딸에게 초콜릿의 달콤한 감각은 짜증을 행복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 화난 아이를 안아서 높이 들어 올려 주면 화난 감정은 즐거움으로 바뀐다. 흥분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차가운 얼음을 입에 머물게 하면 냉정을 일부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의외로 감각을 이용하는 감정의 전환 방법은 부모들이 이미 흔하게 사용하고 있다.  


 감정의 언어화는 인간의 언어가 사람에게 전해준 놀라운 선물이다.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아이가 느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부모 스스로도 감정 표현을 해보자. 감정을 언어화하여 내뱉는 행위 자체가 감정을 분출하는 행위로 감정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아이가 좀 더 자라난 다면 예술로 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다.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동은 예전부터 가슴속에 쌓인 감정을 분출하는 최고의 도구였다. 승화 과정 중에 감정은 날 것의 상태에서 가공된 상태로 타인에게 드러난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자녀가 갖는다는 것은 자녀의 삶에서 또 다른 심장을 달고 달리는 것과 같다. 역사적으로 많은 위인들 역시 감정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적절하게 표현되는 감정은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가진다. 감정을 상황에 맞춰 증폭시키고 절제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인간관계의 승리자인 동시에 스스로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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