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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Sep 26. 2019

26. 아이의 언어 -1

육아를 하며 배우는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가 육아를 통해 인간 본성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 자란 어른에게 보이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이에게는 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 인간에 대한 통찰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어 나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게끔 도와준다. 부모는 교육과 경험을 통해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하듯 조심스럽게 자녀를 성장시킨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다 지혜롭게 부모는 자녀를 지지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사랑하는 마음과 지혜로움의 이성이 공존할 때 훌륭한 부모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육의 과정에서 언어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언어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영향력을 자녀에게 발휘한다. 많은 부모가 언어가 가진 위대함을 간과하고 그저 의미 없는 단어들을 뱉어댄다. 동물적 모습을 지니고 있던 어린아이들은 언어를 이해하며 말하기 시작하며 그들의 영혼을 보다 더 아름답게 세밀하게 가꾸는 법을 배워간다. 언어는 세계라는 흐르는 강에서 '나'를 발견하고 떠내려가는 자아를 건져 올린다. 아이가 태어나며 부모는 자녀의 이름을 사랑스럽게 부름으로써 아이를 세상에서 분리한다. 언어의 힘으로 인간은 세상이라는 강에 발을 담근 채 강의 흐름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언어는 탄생했을 것이다. 의사소통의 방법에는 비언어적 방법과 언어를 통한 방법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비언어적인 몸짓과 표정은 보다 본능적이고 즉각적이며 감정의 전달에 유용하다. 언어를 통한 방법은 자녀의 청각적 이해능력이 필요하지만 보다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고 자녀의 이성과 사회성, 감정, 언어를 고루 발달시키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이의 언어에서 부모의 말하는 태도난 항상 강조한다. 부모의 말은 자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모의 말은 예술가의 조각칼과 같다. 언어의 조각칼은 아이의 영혼을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만들 수 있다. 자신의 말이 가지는 영향력을 아는 부모라면 조각칼을 쉬이 놀리지는 못한다.   자녀의 언어능력 역시 부모의 말하기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는 것이다. 부모가 듣고 말하는 작은 습관들부터 어휘의 선택과 언어를 통한 감정의 발현 방법까지 모든 언어적 습관과 내용을 자녀는 그대로 모방하여 따라 한다. 모난 조각칼이 만들어 내는 조각상은 모나서 못난 모습일 테니깐 말이다. 아이의 언어 습관에 문제가 있다면 손에 들고 있는 조각칼을 한번 보라. 금세 자녀가 아닌 내가 문제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양한 어휘의 적절한 활용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표현력을 극대화시킨다. 아이의 어휘 능력을 키우고 확장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 스스로 말하는 방법과 단어의 선택을 보다 세분화하여 고도로 발달시키는 것이다. 아이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단어들을 배우기도 하지만 부모나 사회에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언어들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화의 습관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에서 만들어진다.


 5살이 된 내 딸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은 곧잘 이야기 하지만 처음에 딸이 가장 속상했던 것은 자신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기가 원하는 말의 형태로 풀어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유치원에서 즐겁고 재미났던 일을 말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유창하게 표현하지 못해 스스로 속상해하고 말을 안 하려고 한 때도 있었다.

 말을 하는 뇌의 영역은 전두엽에 속한다. 듣는 뇌보다 더 느리게 발달하는 특징을 지녀서 이해하는 단어의 숫자보다 발화할 수 있는 단어의 숫자가 현저하게 적다. 뇌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계속 자극할수록 발달한다. 말하는 능력이 덜 발달된 전두엽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보다 열심히 말하고 노력하면 그에 맞춰 아이들의 말하는 뇌는 더 발달할 수 있다.

 딸의 속상함을 이해해 주었다. 딸이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보다 주의 깊게 들어주고 관심도 200%의 표정을 지어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하던 딸의 이야기는 보다 체계적인 문장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듣는 사람이 잘 들어주면 딸이 말을 하다가도 또 다른 스토리가 생각나 유치원에서의 다른 일들도 함께 이야기한다. 아이의 언어 발달은 대게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똑바로 다시 말해봐.'

 '응? 뭐라고?(핸드폰을 하면서)'

 두서없는 이야기를 추궁하거나 똑바로 말하라고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하는 행동들, 자녀의 이야기를 다른 것을 하면서 듣는 이러한 행동들은 자녀의 말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리고 입을 닫게 만든다. 자녀의 언어를 발달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모의 행동은 관심도 200%로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부모의 청자의 자세이다.


언어와 감정

 나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딸은 기분이 어땠어?'의 질문을 많이 한다. 보통 대답은 좋았다던지 기분이 안 좋았다던지의 단순한 답변이다. 그 뒤 나는 어렸을 때 딸과 비슷하게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빠도 그때 이런 느낌을 받았어~'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것은 감정의 표현의 훈련이기도 하며 감정 표현을 보다 잘 표현할수록 감정의 절제 능력도 좋아지게 된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게 되는 순간 머릿속에 있던 그 느낌은 구체화되며 발현된다. 감정이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가 공포의 감정을 느낄 때 그 공포의 감정은 우리의 몸이 떨리고 굳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미움의 감정이 있을 때 미움의 대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지 않고 언어를 통해 표현하면 보다 세련되며 파괴적이지 않다. 누군가가 미울 때 공격하는 행동보다는 '네가 다른 사람만 생각해서 미워.'라는 언어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공포의 감정이 있을 때도 '아빠가 화를 내서 무서워요.'라고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참으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감정이 발현될 때가 있다. 명절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깨가 아프다던지, 전쟁 후 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억울하게 자주 혼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상사에게 문책을 받으면 지나치게 슬퍼하고 억울해 할 수 있다.


 긍정의 감정은 몸으로든 언어로든 표현하면 되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정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그러한 것들이 기억에 쌓여 비정상적인 감정의 발현이 일어날 수 있다.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은 발생할 수 있고 그 감정을 언어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이 뒤가 깨끗한 좋은 방법이다. 자녀에게 감정을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자. 속상해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진정시키고 언어로 감정을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언어는 감정을 배출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도구이며 고도로 승화되고 절제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을수록 언어는 힘을 가지게 된다. 감정이 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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