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괴물

by 이샘

내가 그리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슬픔도, 눈물도 없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하며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세상을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고
가족이 화목하고 친구와 즐거운
평화롭다고 상상되는 세상을 그려보았다

완성하고 보니
왜일까, 시간은 더디 흐르고
즐거움도 사라지고
지루하다

그곳에 높이 솟은 왕좌가 있다
이상하다, 나는 그리지 않았는데
바퀴벌레보다 경멸하는 그것이 왜 거기에

왕의 얼굴을 보니
아니, 내 머리 위 저 왕관은 무엇이냐
소스라치게 놀라워 다시 보니
내가 괴물이 되어 세상을 평정하고 앉았다

누가 알까 부끄러워
얼른 나의 왕국을 지운다
씁쓸한 웃음이 비실비실
잠시 꿈꾸었던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생각보다 재미없다


스스로 왕죄에 오르지 마라
그곳엔 왕을 다스릴 법이 없으니
서서히 괴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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