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눈에 비친 '아이러니 남한'

내 나이 묻지 마세요

by 이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물을 때가 있다.

'네, 저는 73년 생입니다.' 또는 '47입니다.'

근데 이상하다. 남한 사람들은 나이에 아주 민감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이 듦'을 부끄러워한다.

TV에 비치는 연예인은 나이(연세) 앞에 비밀스럽게 쉿~! 입을 막거나 어려 보이려고 애를 쓴다.

'아유~나이는 묻는 게 아니에요. 창피하게 나이는 알아서 뭐하게요.'

'나이 밝히는 게 부끄러워요. 만으로 말할까요? 아직 생일이 안 지났어요.'


'나이 듦'이 부끄러운 건가? 드러내기 창피한 이름인가.

탈북자인 내가 생각하기에 '나이'는 살아온 숫자만큼의 연륜과 인생의 지혜가 비례하는,

숫자로 표현하지 못할 가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간혹 그렇지 않은 인생도 있지만)

30, 40은 그만큼의 경험과 열정이 있고 60, 70도 그만큼의 농축된 인생 지혜가 있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더 아이러니 한 사실은 나이 들어 보이는 건 싫은데 어른 대접은 받고 싶어 한다.

굉장히 모순된다.


어린아이가 귀여운 이유는 그 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이고

노년이 아름다운 이유는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지혜 때문인데

사람들이 '나이 듦을 부끄러워하는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아직 모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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